상단영역

최종편집 2024-04-28 00:45 (일)
  • 서울
    B
  • 경기
    B
  • 인천
    B
  • 광주
    B
  • 대전
    B
  • 대구
    B
  • 울산
    B
  • 부산
    B
  • 강원
    B
  • 충북
    B
  • 충남
    B
  • 전북
    B
  • 전남
    B
  • 경북
    B
  • 경남
    B
  • 제주
    B
  • 세종
    B

본문영역

[미션톡]예수상 ‘투자자=피해자’, 기도할 때가 아니다

‘장로이면서 사찰 주지’ ‘허가 취소’ 등 곳곳서 파열음
한교연·한국기독교기념관, 묵묵부답 속 “잘 된다” 공수표만

  • 기사입력 2023.02.19 17:48
  • 최종수정 2023.02.19 17:53
  • 기자명 장창일
천안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이 좌초했다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 일을 주도하는 한국기독교기념관은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온 페스팅거는 1950년대 ‘인지부조화 이론’을 발표합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서로 조화롭지 않은 상태를 설명하는 이론이죠.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이 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실험’도 이론만큼이나 유명합니다. 페스팅거와 동료들은 종말론을 신봉하는 한 사이비 종교 집단에 잠입한 뒤 신도들을 관찰했습니다. 이들은 “얼마 후 종말이 오니까 구원받으려면 헌금을 해야 한다”는 교주의 말을 신봉했습니다.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도들은 그동안의 믿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우리의 간절한 기도로 종말이 유예됐다’는 새로운 신념을 확립했죠.


사기 사건 피해자들에게 이 같은 현상이 종종 나타납니다. 2018년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로 드러난 ‘복음과경제연구소’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습니다. 당시 피해 규모는 200억원대였으며 교인과 은퇴 목사 피해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이 일을 꾸민 A목사가 실형을 선고받던 날 법원 앞에서 만난 피해자 B목사는 기자에게 “모든 게 잘 될 것이고 우리는 A목사의 빠른 석방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 출소하면 먼저 우리 돈부터 돌려준다고 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퇴직금과 여기저기서 빌린 돈 6억원을 투자해 날린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충남 천안의 기독교 테마파크를 둘러싼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지난 9일 천안시(시장 박상돈)가 나서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예수상 조형물 착공’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천안시는 “건축허가 신청과 실체가 없는데도 허위 광고성 언론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죠.

말뿐이지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단 걸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진행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천안시는 “기념관 사업은 착공도 불투명한 상태로 기념관 건립 관련한 허가 내용과 예수상 착공 등을 다룬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시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므로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이 사업이 길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주도하는 한국기독교기념관 이사장 황학구 장로가 사찰 대표 자격으로 기독교 테마파크 부지 한 쪽에 사찰 건축허가까지 받았던 일도 드러났죠. 황 이사장은 교회 장로이면서 사찰 주지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지녔습니다. 문제가 되자 해당 사찰의 대표 명의를 처제 이름으로 돌려놨지만, 사찰 대표로 사업자등록증을 받았던 과거까지 지울 수는 없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천안 기독교 테마파크’와 ‘납골당’ 사업은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만큼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이 일을 처음부터 함께 추진했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의 침묵과 협력이 이를 대변합니다.

황 이사장은 ‘한국기독교기념관선교회’란 이름으로 한교연에 회원이 됐습니다. 한교연은 초지일관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회원 기관과 협력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입니다.

한교연은 단순 협력자가 아니라 적극 가담자입니다. 건축허가가 취소되고 8개월이나 흐른 지난해 12월 드린 ‘예수상 착공 예배’에서 송태섭 대표회장을 설교를 통해 낯뜨거운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송 대표회장은 “황학구 이사장이 분명한 역사의식과 사명을 가지고 다음세대를 위해 나섰다”면서 “기념관 건립을 발표한 뒤 여러 가지로 방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느헤미야가 끝까지 성전을 건축해낸 것처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포기하지 말고 이뤄내길 바란다. 끝까지 한교연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투자자들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테마파크와 예수상·납골당 건립을 다른 지역에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황 이사장이 주도하고 한교연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사업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발생한 여러 논란만 봐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반쯤 진실을 포함한 거짓말은 더 악하다”고 했습니다. 진실과 거짓, 기대와 바람 속에 오늘도 한국기독교기념관의 홍보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인기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