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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장로 사건으로 본 ‘한국교회 납골당 잔혹사’

‘사전 분양’이 독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돈을 주지 말아라”
죽음에 대한 기독교적 교육 시급, 장묘 문화 개선도 필요

  • 기사입력 2023.07.11 15:28
  • 최종수정 2023.07.11 17:34
  • 기자명 장창일
'기독교 테마파크 건설하는 전직 사찰 대표'라는 제목으로 한국기독교기념관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 예고편. 유튜브 캡처



충남 천안에 한국기독교기념관(납골당)을 건축하겠다며 교계로부터 투자자를 모집하던 황학구 장로가 지난 7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납골당 사업과 관련해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으로 구속된 황 장로 사건은 교계와 무관하지 않다. 군소교단·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이 방패가 돼 줬기 때문이다. 사실 한교연은 전면에서 이 사업을 홍보하고 수 차례 감사예배를 드리면서 교계에 환심을 샀다.

구속된 황 장로를 둘러싼 재판은 여전히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교연 고위 관계자는 “그의 구속은 우리와 별개로 한교연은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한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도 없고 허가도 받지 못한 납골당 사업이 진행될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기독교기념관이 기독교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고 밝힌 충남 천안 입장면 140번지 일대 전경. 천안시는 이미 이곳의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국민일보DB


납골당 허가, “어렵다”
‘납골당’을 검색하면 ‘주민 반대’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만큼 허가받는 게 쉽지 않다. 이번 납골당처럼 20만기 이상 대형일 경우 더욱 까다롭다.

황 장로가 추진하던 천안시 입장면 납골당도 부지 확보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납골당 분양에 나섰다. 황 장로는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투자자를 모집했다. 현재 이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사무실 전화번호도 결번이다.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4층과 한국기독교회관 2층의 홍보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황 장로의 납골당 사전 분양에 날개를 달아준 건 한교연이었다. 한교연은 수 차례 한국기독교기념관을 위한 감사예배를 드렸다.

지난해 7월 한국기독교기념관 투자협약 감사예배와 같은해 12월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관 및 예수 조형물 착공 감사예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 같은 예배에 앞서 관할 관청인 천안시는 한국기독교기념관 허가를 취소했다. 한교연은 허가조차 받지 않은 납골당 사업을 위해 감사예배를 주최한 셈이다.

지난해 7월 예배에서 송태섭 한교연 대표회장은 “성경에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하셨는데 바로 한국기독교기념관 건립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사업이라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거룩한 사업이기에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형통케 해 주실 줄 믿는다”라며 낯뜨거운 설교를 했다.

결국 눈 앞에 납골묘가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전 분양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교계에서는 납골당을 둘러싼 대형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2003년 당시 은급재단 이사장 등이 납골당 매입을 위해 은급기금을 이사회 결의 없이 불법 대출한 것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진흙탕 논란을 이어왔다. 첫 불법 대출 이후 원금 회수를 위해 추가 대출이 이어지면서 수백억원이 은급기금에서 나갔다. 허술한 관리감독과 견제세력 부재가 낳은 참사가 사건을 키웠지만 납골당에서 큰 수익이 나올 걸 기대한 ‘묻지마 투자’가 본질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차제에 ‘죽음 교육’ 해야
교인들이 고령화 되면서 죽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교회 소유의 공원묘지가 없다면 교인들은 알음알음 죽음 이후를 준비한다. 황 장로의 납골당 사전 분양이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회 연합 기관이 앞장서 홍보하는 기독교 납골당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교인들의 평소 관심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교육을 강조해온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납골당에 대한 교인들의 관심이 큰 만큼 이번 황 장로 사건과 같은 일은 언제든 교계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안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산골장’이나 ‘수목장’을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골장(散骨葬)은 고인의 화장한 유회를 산이나 강, 바다를 비롯해 지정된 장소에 뿌리거나 안장하는 장법을 말한다.

교회들이 기도원에 교인들을 위한 소규모 납골묘를 신설하는 것도 대안이다. 이미 몇몇 교회가 기도원에 자체 안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송 목사는 “산 속 기도원에 교인들만을 위한 안치 시설을 마련하는 건 허가도 어렵지 않다”면서 “민가와 떨어져 있으면 민원 부담도 적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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