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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톡]천안 예수상에 투자한 ‘피해자를 찾습니다’

사업 재개 믿는 투자자들, 피해자란 사실 깨달아야
‘가스라이팅 투자’, 투자자들이 나서 새 피해자 막아야

  • 기사입력 2023.02.02 15:33
  • 최종수정 2023.02.03 11:31
  • 기자명 장창일
한국기독교기념관 측이 충남 천안 서북구 입장면의 빈 땅 한 구석에 '예수상' 모형을 세워둔 모습. 임성택씨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수상’ 건립 논란으로 시작된 충남 천안의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의 실체가 ‘납골당’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만 봐도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 일을 추진하는 한국기독교기념관(기념관·이사장 황학구 장로)은 그동안 한 차례도 납골당 사업 허가를 신청한 일이 없습니다. 기념관(교회) 건축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지만, 착공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지난해 4월 천안시가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부지도 없습니다.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일대 19만8347㎡(6만평) 넓이의 부지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땅이 없으니 건축허가를 다시 시도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념관 측은 “2~3달만 지나면 모든 게 잘 돌아갈 테니 지켜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이들의 말대로 될까요. 미지수입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천안시 건축과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미 건축허가는 취소됐고 해당 토지 공동소유자인 A씨가 황학구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토지 사용조차 받지 못했는데 대체 어디다 뭘 다시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기독교 테마파크가 들어온다고 홍보한 입장면 140번지 일대 부지에는 현재 아무것도 지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납골당은 커녕 교회도 건축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기념관 측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과 함께 전국에 홍보관을 짓고 사업을 홍보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도 생겼습니다. 투자액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황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피해액만 합쳐도 수십억원 규모라는 것 정도가 알려졌을 뿐입니다. 실제 투자금액은 백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전언입니다.

‘예수상’ ‘납골당’ ‘기독교 테마파크’로 대변되는 기념관의 각종 사업에 투자한 이들은 투자자인 동시에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착공 예배를 하며 밝힌 장밋빛 청사진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사업이 좌초되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그 날로 투자자는 피해자가 됩니다. 전국적으로 투자자와 피해자의 경계선에 선 이들의 수가 얼마나 될까요.

교계에서 가장 최근 벌어진 대형 사기 사건은 2018년 ‘복음과경제연구소’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였습니다. 당시 B목사는 교인과 교계 인사들로부터 2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속여 뺏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B목사에게 수억원의 돈을 맡겼던 은퇴 목사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대부분 “모두 잘 될 거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한 교단 총회의 교육부 총무를 지낸 C목사는 “B목사가 출소하면 바로 사업이 정상화될 것이고 그런 뒤 곧바로 내 투자금과 그동안의 수익을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기로 구속된 범죄자를 두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이 가려져 진실을 못 보는 것이었죠.

기념관 측과 소송 중인 D씨가 남긴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도 투자한 거로 알고 있어요. 이들은 황 이사장 사업이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 믿고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납골당 분양을 마치면 한 기당 29만원의 배당금을 주겠다”는 황 이사장의 약속만 믿고 돈을 맡겼습니다. 복음과경제연구소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로 투자자들에게 매달 적지 않은 배당금을 줬습니다. 이번 납골당 투자는 당시와 확연히 다릅니다. ‘언젠가 배당금을 주겠다’는 약속뿐이었습니다. 교계에서 ‘가스라이팅 투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념관의 납골당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사실 피해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야 이 일이 끝납니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앞세워 진행되는 이런 일들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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