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m 예수상’ 건립을 추진하는 한국기독교기념관(기념관) 이사장 황학구 장로가 불교 사찰 대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기념관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이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짓겠다고 주장하는 기독교 테마파크 바로 옆에 황 장로가 대표로 있는 ‘대한불교 임제종 국원사’가 사찰을 짓겠다며 천안시 서북구청에 건축허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임제종은 일제강점기 일본불교인 조동종에 맞서 세운 전통불교 종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문제가 되자 국원사 대표 명의는 황 이사장 처제 최모씨로 교체했지만 건축허가 신청은 ‘황 대표’ 명의로 받았다.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피해를 보고 소송을 진행 중인 임성택(66)씨는 27일 국민일보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간의 사정을 알린다”고 밝혔다.
임씨는 “교회 장로로 자신을 소개한 황 이사장이 알고 보니 기독교 테마파크 귀퉁이에 불교사찰을 짓겠다며 서북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 ‘대체 정체가 뭐냐’며 따졌던 일이 있었다”면서 “그러자 국원사 대표를 자신의 처제인 최모씨로 바꿨지만, 건축허가 신청은 황 이사장이 사찰 대표 자격으로 했다. 사찰 대표로 세무서에서 고유번호까지 발급받았다”고 전했다.
건축 용지가 2000㎡ 이하일 경우 담당 구청에, 그 이상이면 담당 시청에 건축허가 신청을 한다. 기독교 테마파크와 불교 사찰은 각각 천안시와 서북구청에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갔다.
그는 “황 이사장이 사찰 건립 허가를 근거로 천안의 한 대형 사찰과도 접촉해 ‘불교 테마파크’ 건설을 협의했다고 들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이 여의치 않으면 불교 테마파크 사업도 하려 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현재 사찰 건축허가는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내 주변 투자자들의 투자액만 합쳐도 80억원 이상”이라면서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거로 본다”고 밝혔다.
10억원을 투자한 연예인 A씨는 “한교연 목사님들이 함께 하는 걸 보고 이 사업을 신뢰하게 돼 거액을 투자했다”면서 “하지만 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결국 황 이사장을 고소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교연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송태섭 대표회장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한교연이 주도하는 사업도 아닐뿐더러 황 이사장에게는 연회비 250만원을 받는 것 외에 그 어떤 금전 관계도 없다”면서 “투자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이나 황 이사장이 사찰 대표라는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황 이사장은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 등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 천안=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