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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예수상·테마파크까지…감언이설에 휘둘린 교계 민낯

한교연과 한국기독교기념관 동일체인가?
“교회 지도자들이 사기꾼들 막아야지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 기사입력 2023.01.31 16:16
  • 최종수정 2023.01.31 17:09
  • 기자명 장창일
한국기독교기념관이 기독교 테마파크 등을 짓겠다고 밝힌 충남 천안 입장면 140번지 일대 전경. 천안시는 이미 이곳의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국민일보DB


“납골당 분양이 마무리되면 사업부지에 투자한 A에게 한 기당 29만원을 배당할 예정입니다.”

한국기독교기념관(기념관·이사장 황학구 장로)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배당 약정이다. 계약서에는 20만기 이상의 납골당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단순 계산해도 배당금은 580억원에 이른다.
2017년 ‘국원 하늘정원(현 한국기독교기념관)’이 A씨를 이사로 선임하면서 제시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기념관 측이 이런 ‘달콤한’ 조건을 제시한 곳은 한두 곳이 아니다. 기념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독교 테마파크 창립 VIP’도 홍보하고 있다. 기념관은 “‘헤세디안’이라는 이름의 창립 VIP 토털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통해 하나님의 궁전 안에서 예수 사랑을 누리라”면서 “(회원으로 가입하면) 크리스천 의전 서비스, 기독교기념관 우대혜택, 생활레저 서비스, 실버, 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투자를 권하고 있다. 또한 “건강 검진과 시니어 관리, 전국 호텔·리조트 할인, 놀이공원·골프장 우대, 폐쇄몰 통한 전용 쇼핑, 기독교 장례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부지나 지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금액을 황 이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회원도 알음알음 모집했을 것으로 보인다. 황학구 이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투자자들도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 피해자들의 수는 점차 늘 것으로 보인다. 건축허가도 받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사업을 진행했던 이들이 수년 동안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교회’가 꼽히고 있다.

2019년 첫 사업설명회가 열린 곳도 한 교단의 총회 회관이었다. 이 교단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주도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당시 설명회에서 납골당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강조했고 목사님들이 계셔서 신뢰가 갔다”고 밝혔다. B씨는 이 설명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지 구매 비용 명목으로 1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이듬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서울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에서 느닷없이 장로가 된 황 이사장은 본격적으로 ‘교계 인사’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을 만난 것도 이즈음이다.

보호막은 ‘한교연’
한교연은 2020년 4월 27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기념관 서울사무소’ 감사예배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김효종 한교연 상임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에서는 권태진 당시 한교연 대표회장의 ‘복 받은 자의 삶’ 제하의 설교, 한교연 현 회장인 송태섭 당시 상임회장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관과 예수 조형물 착공 감사예배’의 주연도 한교연이었다.

이날 예배에서 사회를 본 최귀수 목사를 비롯해 대표기도를 한 김효종 목사, 성경 봉독 홍정자 목사, 특별기도 김병근·김승경 목사 등이 모두 현직 한교연 사무총장, 상임회장, 공동회장이다. 송태섭 한교연 대표회장은 이날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제하의 설교를 했고 축도를 한 원종문 목사도 어김없이 한교연 상임회장이었다.

설교에서 송 목사는 “대형교단과 교회가 많지만 다음세대를 위해 기독교박물관이나 역사관을 세울 꿈도 꾸지 못하는데 황 이사장이 분명한 역사의식과 사명을 가지고 다음세대를 위해 크고 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애쓰는 모습을 하나님이 보시고 있다. 하나님이 도우셔서 역사관이 반드시 세워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기념관 건립을 발표한 뒤 여러 가지로 방해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느헤미야가 끝까지 성전을 건축해낸 것처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포기하지 말고 이뤄내길 바란다. 끝까지 한교연이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교연과 황 이사장의 기념관이 동일체임을 선포한 셈이었다.

황 이사장은 “한국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직접 나서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며 “숱한 난관 속에서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믿고 오늘까지 왔다”고 했다. 또한 “더욱 험한 고갯길이 있을 수도 있는데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면 책임져 주실 걸 믿는다”고 신앙 고백적 인사를 했다. 황 이사장은 한때 대한불교 임제종 국원사 대표로 천안 기독교 테마파크 바로 옆에 불교 사찰 건립 허가 신청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있었다. 윤 의원은 “기독교가 이렇게 성장한 건 하나님의 은혜이자 복”이라며 “기념관은 은혜를 입은 우리가 하나님께 겸손히 나아가는 장소가 될 것이며 성도들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난 모르는 일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한교연은 물론이고 황 이사장에게 장로 안수를 준 교회의 목회자, 국회의원 모두 “잘 모르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송태섭 한교연 대표회장은 “한국기독교기념관이 한교연 회원단체이기 때문에 착공 예배 등 관심을 보인 것이지 사업 자체는 잘 모른다”고 발뺌했다.

황 이사장이 장로로 있는 경기도 성남의 C교회 D목사도 “2019년에는 사업 때문에 다른 교단 소속 교회들 다녔고 이듬해 우리 교회에서 장로가 됐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지만 사실 우리 교회 에 등록한 지 10년이 넘었다”면서 “신앙적으로 지도하고 있고 사업적인 면은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D목사는 기념관 측이 천안에 짓는다는 ‘한국기독교기념관 교회’ 담임목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현 의원도 “기독교 테마파크는 잘 모르고 한교연이 초청해 인사한 게 전부”라면서 “건축허가가 취소됐다거나 사업적인 면은 전혀 모르고 착공 예배 때 틀어준 홍보 동영상에 근거해 사업이 잘되길 바랐을 뿐”이라고 답했다.

교회 앞세운 사업 ‘주의보’
교회를 앞세운 사업이 실패했거나 사기로 드러난 예는 적지 않다.

2011년에는 기독교은행을 세우겠다며 수십억원대 투자 사기행각을 벌인 강모 목사가 재판에 넘겨진 일이 대표적이다. 강모 목사는 기독교은행 설립 출자금 명목으로 목사와 신도 등에게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2017년에는 교인을 상대로 200억원대 투자를 불법 유치해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혐의로 구속됐던 박모 목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음과경제연구소’ 사기 사건으로 알려진 이 일로 적지 않은 은퇴 목회자들도 수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했다 날렸다.

교회 안에서 친분을 미끼로 각종 사기 사건이 반복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종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전 총회장은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 주변에는 늘 사기꾼들이 있는데 목사나 장로 같은 지도자들이 이들과 협력하는 등 부화뇌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교인들이 미혹되지 않고 교회의 건강성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지도자들이 교인들을 사기꾼들로부터 보호하는 든든한 보호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창일 기자, 김동규 인턴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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