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택(65) 경기도 안산 하나교회 담임목사가 22일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사진들에는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음식을 만들거나 도시락을 포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튀르키예 현지 음식으로 짐작되는 반찬이 한가득 담긴 도시락은 사진만 봐도 먹음직스러웠다. 사진 속 장소는 튀르키예 동남부에 있는 A지역으로,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도시 중 한곳이었다.
노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매일 점심이면 이재민들에게 전달하는 도시락이 500개에 달한다. 현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재정적인 부담도 있지만 많은 성도가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헌금을 내놓고 있다”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이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나교회의 도시락 봉사를 설명하려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즈음 하나교회는 A지역에 3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선교센터를 설립했다. 하나교회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무슬림의 땅인 튀르키예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매진했다.
선교센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하나교회는 노후화된 건물을 판 뒤, 그 돈으로 198㎡(약 60평) 크기의 아파트와 150석 규모의 카페를 각각 매입했다. 아파트는 선교센터로 활용하기 위해서였고, 카페는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취업 비자를 받는 용도로 쓰였다.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장소가 돼주기도 했다.
강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졌지만 내진 설계가 잘 돼 있던 카페 건물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노 목사는 “카페는 주방이 크고 지하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며 “현재 이곳에선 현지인 봉사자를 포함해 매일 10여명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지에 도시락 봉사가 알려지면서 식료품 가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봉사하면서 생색내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봉사자들도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한국교회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식의 홍보는 하지 않습니다. 이번 지진을 통해 튀르키예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튀르키예 복음화에 좋은 계기가 마련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