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아(52) 작가는 지난해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진단이었다. 몸이 평소보다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는데 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김 작가는 같은 해 8월 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이색’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 작가는 10·29 핼러윈 참사로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을 마주하면서 전시회를 열기로 결심했다. 주제는 ‘내 삶을 애도하는 방법’이다. 전시회엔 김 작가를 비롯해 6명의 동료작가가 출품한 아크릴화 점묘화 수채화 사진 설치미술 등 20여점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갤러리에서 만난 김 작가는 “유가족과 지인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사랑하는 자식 혹은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다”면서 “나라면 어떻게 내 삶을 애도했을지 궁금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관람객을 향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매 순간을 따뜻하게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눈여겨볼 작품은 김 작가가 요양병원에서 그린 ‘달맞이꽃’이다. 푸른 배경에 노란색 달맞이꽃 네 송이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길 바라는 김 작가의 마음이 녹아있다.
암 투병 기간은 김 작가에게 신앙 회복을 경험하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김 작가는 4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작업 활동과 육아 등을 핑계로 교회를 멀리해 왔다. 덩달아 코로나19로 교회가 예배당 문을 닫으면서 그는 신앙과 점점 더 멀어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역경의 시간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 작가는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부모님이 물려준 유산인 ‘신앙’이 불현듯 떠올랐다”면서 “부모님은 신앙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물려주셨다”고 고백했다. 부모님의 신앙교육 방식을 뒤늦게 깨달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앙생활을 한다고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역경과 고난을 허락하시는 분입니다. 다만 신앙은 그 과정을 극복할 힘의 원천이 되는 겁니다.”
인터뷰 내내 긍정의 힘을 내뿜었던 그는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시회는 31일까지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