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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중·일 ‘맷돌’에 낀 곡식” “빈민 아동 돌볼 사역자 급구”

성공회 영문 잡지 ‘모닝캄’에 비친 구한말 정세·선교 실태

  • 기사입력 2023.05.10 03:00
  • 기자명 유경진
대한성공회가 개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 잡지 ‘모닝캄 아카이브’ 홈페이지. 130여년 전 한국으로 파송된 영국성공회 선교사들의 다양한 선교 사역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아래는 당시 조선성공회에서 운영하는 야간영어학교 교실 밖에 모인 아이들. 대한성공회 제공

“정치적으로 보면 조선의 지리적 위치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혈통이나 성향 등에서 이질적인 두 라이벌 국가(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조선은 마치 위아래 맷돌 사이에 끼어 있는 곡식 같습니다.”

이 내용은 영국성공회 최초 한국 파송 선교사인 찰스 존 코프(1843~1921) 주교가 130여년 전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다. ‘고요한’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그는 대한성공회 초대 교구장을 지냈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 글은 영국성공회 조선선교회가 조선선교를 목적으로 1890년 7월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 잡지 ‘모닝캄(朝鮮·The Morning Calm) 창간호에 실렸다. 모닝캄에는 성공회 선교사들이 당시 조선에서 펼친 고아원 사역과 의료선교 사역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모닝캄 제9호(1891년 3월)에 실린 코프 주교가 쓴 편지에는 “한국인 환자가 여럿이다. (영국 현지에서) 보내준 의약품도 도착했다”는 등의 세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의 또 다른 편지에는 “한국선교를 뿌리내리려면 의료선교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병원 설립을 위한 인력과 재정, 그리고 가난한 어린이를 돌보기 위한 동역자와 재정을 구한다”는 후원 요청 문구도 눈에 띈다. 편지 곳곳에는 기도 요청 문구가 곳곳에 등장하는데, 코프 주교가 조선선교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닝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영국 교회 교인들의 이름이다. ‘챔버스 호젯, 로완 크로프트, 해비트리…’ 이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을 위해 9000여㎞ 떨어진 조선을 위해 기도하고 주머니를 털어 마음을 전하는 든든한 선교 후원자들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대한성공회가 최근 ‘모닝캄 디지털 아카이브’를 개설하면서 드러나게 된 내용이다. 대한성공회 모닝캄 정책위원회 박명숙 위원장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닝캄’은 단순 영문 잡지가 아니라 한국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라며 “개화기 이후 한국 (선교)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숨겨진 한국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닝캄은 창간 이후 1940년 해외 선교사들이 조선에서 추방될 때까지 50년간 총 240호를 발행했다. 잡지에는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내는 선교 편지와 개화기 이후 당시 조선의 선교 상황과 정세, 생활풍습, 문화 등 역사적 기록이 담겨 있다. 당시 사진과 지도도 첨부돼 있다. 선교사들이 써내려간 ‘한국 역사 백과사전’인 셈이다. 잡지 본문 일부는 전쟁 등으로 유실돼 원본이 보존돼 있는 해외 국가의 도움을 받아 복원 중이다. 모닝캄 정책위원회는 향후 5년 내로 복원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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