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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믿음생활] 인스타로 대박난 목사님의 열심

  • 기사입력 2023.05.09 04:00
  • 최종수정 2023.05.09 06:15
  • 기자명 신은정
우이중앙교회의 서정모 목사. 인스타그램 캡처


“요즘 내 머릿속을 괴롭히는 고민이 있어요. 제가 말을 하는 직업인데 말을 하는 게 너무 힘들고 말을 하는 게 너무 지치고 무서워요. 말을 실수없이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깐 말이에요. 말을 좀 더 지혜롭게, 아름답게 할 순 없을까하는 게 요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중년의 남성.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목사다. 강단에 서서 진중하게 말씀을 전하는 모습에 익숙해서일까. 누구나 해볼 법한 고민을 솔직하게 나눈 그에게 200명이 넘는 이들이 ‘하트’를 누르며 반겼다. 한 네티즌은 “고민을 나눠주셔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았다.

서울 우이중앙교회 청년부를 이끄는 서정모 목사의 인스타그램에 지난 29일 올라온 영상과 네티즌 댓글이다. 서 목사는 1년 전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목회자로서 인지도가 낮지만, 인스타그램 구독자는 6500명으로 적지 않다. 기독교와 관련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영상 콘텐츠 ‘무엇이든 물어목사’ 덕분이다.

 

 

우이중앙교회의 서정모 목사. 인스타그램 캡처

 


서 목사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라인 사역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교회가 문을 닫고 갑작스럽게 온라인 체제로 들어갔을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앙훈련을 잘 받은 한 청년이 순식간에 신앙을 잃는 모습에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서 목사는 “온라인에 익숙한 청년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2주 사이에 낙엽처럼 떨어지더라”면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했지만, 나 역시 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교회 미디어팀의 한 청년의 제안으로 Q&A 형태의 영상으로 정착했다”고 했다.

 

 

 

 

우이중앙교회의 서정모 목사. 서정모 목사 제공

 


영상 구성은 단순하다. 누구나 한 번쯤 물어보고 싶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이 서 목사에게 던져지고, 그가 솔직하게 답한다. 분량은 1분 30초 내외로 짧다. “기독교인은 술을 먹으면 안 되나요” “야동을 보는 게 죄인가요” “담배는 피지 말라는 내용이 성경에 있나요?” 등 생활 습관부터 “동성애는 취향인가요” 등 사회 문제, “목사님은 얼마 버세요”식의 흥미 유발 주제 등 내용이 다양하다. 서 목사는 “청년과 함께 성경 공부를 했을 때 Q&A 시간을 가졌는데 매일 보는 아이들 가운데서 질문이 쏟아지고 교회 집회를 할 땐 다른 교회 청년이 질문을 하러 참석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 ‘청년들이 엄청나게 고민해 가져온 질문이나 가감없이 솔직하게 임하자’는 마음으로 답을 해줬고, 그런 경험들이 인스타그램 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구독자가 올라갈수록 청년부 출석 성도도 함께 늘었다. 코로나 이전 60~70명 모이던 청년부 예배에는 현재 100명 정도가 출석한다. 온라인에 올린 쇼츠(짧은 영상 콘텐츠)가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작은 교회 부흥에 일조한 셈이다.

서 목사의 영상은 가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영상이라 충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보니 오해를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동성애 이슈나 야동 시청에 대한 답변에는 심한 반발이 일었다고 서 목사는 기억했다.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밝힌 네티즌조차 서 목사 답변에 반박을 달았다고 한다. 서 목사는 “저는 목사이기에 ‘아닌 건 아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선을 흐트러뜨리거나 희미하게 만드는 순간 교회나 목회의 정당성이나 세상에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정당성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우이중앙교회의 서정모 목사. 서정모 목사 제공

 


그는 온라인 사역을 고민하는 목회자나 교회에 대한 조언을 묻는 말엔 “답을 알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하나님이 이 시대 가운데서도 분명히 역사하실 것”이라는 추상적인 대전제를 품고 무엇이든 해보길 권면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전제를 놓치지 말라고 덧붙였다. 성도가 원하는 것과 제작자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하고 탁월한 목회자가 진행하는 기독 Q&A가 이미 많았지만, 두루뭉술하지 않고 정확하게 선을 그어주며 답했던 서 목사의 영상이 젊은이에게 통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 목사는 “온라인 사역이라고 하면 젊은이의 영역이라고 한정하는데 그런 편견이 깨졌으면 한다”며 어르신을 위한 기독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저희 아버지도 집에서 TV아니고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신다”며 “그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도 좋고, 그들의 오랜 신앙에서 배울 수 있는 콘텐츠도 괜찮겠다”고 했다.

서 목사는 교회 안에서 성도 무브먼트(운동)이 일어나길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면서 7년 전 우이중앙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다른 목회자가 자신에게 해준 조언을 공유했다.

“그 목사님이 ‘나는 성도들에 대한 기대가 있다’ 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목사인 나에게도 성령이 있고 저들에게도 성령이 있다. 그러니 내가 가진 열심을 그들도 품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진짜 목사의 역할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목사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 목사가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은혜를 받잖아요. 그런 다음 그 이야기를 성도들이 들어요. 저는 그보다는 성도들이 일을 하고 목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성도의 자발적 무브먼트가 일어나는 교회가 진짜 좋은 교회가 아닐까요.”

 

우이중앙교회의 서정모 목사. 서정모 목사 제공

 


‘무엇이든 물어목사’ 콘텐츠도 자발적으로 시작된 청년부 미디어팀의 한 성도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직장인인 그는 목요일 교회에 와서 질문을 던지고 촬영·편집하고 업로드까지 한다. 서 목사는 “하나님을 위해 어떤 헌신을 하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설교를 듣고 미디어팀에 들어왔던 친구”라고 설명했다.

개개인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가 되려면 성도가 사명을 붙들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 목사는 “교회에 얼마나 많이 나왔고 예배를 얼마나 잘 드리고 기도를 얼마나 많이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사명을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 나를 이 땅에 부른 그 이유를 잡아야 성공한 인생”이라며 “하다 보면 실수도, 잘못도, 시험에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과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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