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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과 완벽한 이별 방법?… ‘행복 업로드’가 딱이에요”

‘갓플렉스’ 토크콘서트 사회 맡은 정선희

  • 기사입력 2023.03.22 03:04
  • 최종수정 2023.03.22 09:51
  • 기자명 신은정
24일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리는 ‘갓플렉스’에서 사회를 맡은 방송인 정선희가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선희 제공

“내 고난이 너무 커 타인의 상처를 깔보던 시절이 있었어요. 남의 아픔을 볼 때면 ‘저 정도 일로 울다니’라는 옹졸한 생각이 차고 넘쳤죠. 그런 시간이 지나니 우는 이들에게 내 품을 내어주며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극적으로 마음이 변화할 수 있었던 건 사소한 일을 시작하며 쌓아 올린 감사 덕분이었노라고 고백하는 이 사람. 최근 전화로 만난 방송인 정선희다. 정선희는 “사람들은 내가 버텨온 그 시간을 드라마같이 상상하는데 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2년여간 정선희는 말 그대로 불행했다. 남편 친구 등 사랑해 마지않는 가까운 이들이 스스로 인생을 저버렸다. 오열과 통곡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이 찾아온다. 불행과 완벽한 이별은 없다던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행복 업로드’였다.

“우는 사진이 많아 포털사이트 회사에 전화한 적이 있어요. 오열하고 통곡하는 제 사진을 지울 수 있냐고 물었죠. 방법이 없다고 하대요. 그런데 현실적 대안이라며 ‘웃는 사진으로 계속 덮으면 된다’고 조언하더라고요. 그 직원의 입을 빌려 하나님이 저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씀을 하셨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선희는 위로와 응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알려줬다. “하나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거나 “용기 내라”는 식의 위로나 응원은 어려움을 겪는 크리스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유는 있다. ‘남들처럼 편안하게’가 아니라 ‘주먹 불끈 쥐고’ 살아야만 되는 거냐는 삐딱한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선희는 “사람들이 고통이 끝난 뒤 희망을 얘기하니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저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나는 가치가 없나’하는 의심까지 들었다”고 했다.

좋은 위로는 무엇일까. “칠흑 같은 어둠에서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사람조차도 사랑하는 하나님의 심성을 느낄 수 있도록 가만히 옆을 지켜주는 게 좋은 위로”라는 게 그의 답이다. 정선희는 숨 쉬듯 감사하다고 했다. 모든 게 무너졌을 때를 떠올리면 행복을 느끼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도 했다.

사진=정선희 제공

정선희는 “하나님은 저와 온전히 마주 보며 ‘우리 둘밖에 없네요’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고립시키셨다가 다시 출발하려는 마음을 주셨다”며 “예전엔 신경 쓰지 않던 청소, 목욕,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등 자질구레한 일을 스스로 하면서 불행과 멀어지는 연습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사소한 일에 감사하지 않으면 어느새 더 주지 않으심에 갈증을 느낀다”며 “무언가를 잃는 일도 마이너스로 갈 수 있는데 제로까지만 내려왔다며 감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쯤부터 매니저 없이 홀로 운전하며 다닐 때면 그의 차 안은 작은 예배당이 된다. 예배는 이동 중 하나님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드린다.

어떤 날은 “운전해서 어딘가를 향할 힘을 주셔서 감사해요”라며 행복해하고, 또 다른 날은 “오늘 일하기 싫은데 이대로 가면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 못 줄 것 같아요. 일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꿔주세요”라고 투정한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끙끙 앓던 고민도, 하나님이 주신 비전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하게 됐다.

정선희는 “그분에게 언제나 수다스러운 딸이 되려고 한다”며 웃었다.

하나님과 ‘뒷담화’를 나눈 경험도 전했다.

“A를 오랜만에 봤는데 예전과 행동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나한테 참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목례만 까닥하고 본체만체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내 지위가 낮아져 그런가’ 하는 자격지심으로 이어지면서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하나님, 무시당한 거 같아서 지금 되게 쪽팔리네요’라고 솔직하게 말해요. 그 사람이 왜 싫은지 계속 얘기하다 보면 하나님은 제가 비슷한 언행을 했던 걸 기억나게 하시더라고요. 대차게 비난하다 ‘나도 그랬구나’하고 나쁜 말을 집어삼키게 되는 거예요.”

말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말씀이 근거가 되지 않는 연설과 간증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궁금한 부분만 골라 보는 게 아니라 성경 전체를 통독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매일 차에서 성경을 듣고, 기독교 서적과 성경을 나누는 북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북클럽 회원과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었다.

정선희는 “집사 등 직분을 다 내려놓고 인도하는 목사님에게 초등학생이 할 법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며 궁금증을 해소한다”면서 “이단 등 청년을 노리는 집단이 너무 많은데 그들이 건강한 교회 안에서 믿음의 약속 체계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인 ‘믿음의 크루’에 속해 비슷한 관심사를 나누며 믿음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선희는 24일 부산 포도원교회에서 열리는 국민일보 ‘갓플렉스’ 행사에서 3부 토크 콘서트 사회를 맡았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이 시대 신음하는 청년에게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는 응원을 전한 그는 “20대 때 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었고, 지금도 제일 듣고 싶은 얘기”라는 말을 남겼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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