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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담은 복음의 빛으로 위기 시대를 밝힌다

코로나 팬데믹 속 사역의 길 찾는 기독예술인 소통의 공동체 속으로

  • 기사입력 2023.02.04 03:01
  • 기자명 최기영

로마제국의 박해와 기독교 공인,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존 웨슬리와 메소디스트 운동,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분열 등 기독교 역사는 같은 듯 다르게 반복되고 이어지는 위기와 영적 지혜를 발휘해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역사의 기록은 위기의 때에 영성가와 크리스천 예술인들이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시대의 메신저가 돼왔음을 증거한다.

로마 기독교가 극도로 세속화돼가고 있던 4세기 무렵 영성가들은 사막에서 동굴 수도원 생활을 하며 신앙을 지켜냈다. 마르틴 루터가 시편 46편을 바탕으로 지은 찬송가 ‘내 주는 강한 성이요’는 종교개혁의 어려움이 극심할 때 당대 교회와 성도들에게 영적 동력을 공급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관통해온 크리스천 예술인들은 이 시대에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을까.

예술 그리고 소명
아트앤미션 소속 기독 예술인들이 최근 피아니스트 유니스 황과 성현 목사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교제를 나누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최근 찾은 서울 서대문구 독립예술영화관 필름포럼(대표 성현 목사)에선 테이블에 삼삼오오 나눠 앉은 사람들이 전자피아노 건반에 한 손을 올린 채 마이크를 잡은 피아니스트 유니스 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한 뼘만큼의 간극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게, 멀리 있으면서도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문화예술을 공유함으로써 간극과 오해를 딛고 공감하면서 우리 안에 마음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득한 한 뼘’ 들려드릴게요.”

기도를 위해 잠시 눈을 감았던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나지막하게 읊조리듯 건반 위를 걸었다. 피아니스트를 바라보던 이들은 연주를 묵상하듯 이내 눈을 감았다. 열다섯 번째를 맞은 아트앤미션(art and mission) 현장의 풍경이다. 이 현장에는 영화감독 교수 배우 미술가 음악가 행위예술가 등 15인이 자리했다.

유니스 황은 이날 7곡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8가지 이야기를 협연하듯 들려줬다. 함께 기도하는 모임을 떠올리며 작곡한 곡이 불교 방송에서 배경음악으로 쓰인 사연을 소개할 땐 실소가 터졌다. 핼러윈 참사 직후 강원도 삼척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흐린 날의 왈츠’를 들려주며 아픔을 함께 위로했던 이야기에는 모두가 끄덕이며 공감을 나눴다.

이들이 아트앤미션이란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한 건 2021년 3월부터다. 출범 준비위원으로서 지금까지 중심축이 돼주고 있는 배혜화 전주대 영화방송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교제의 장벽이 유례없이 높아졌을 때 예술인으로서 문화선교를 이뤄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비전을 주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목적의식이 시작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토크 콘서트 후 회원들이 소그룹 모임을 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아트앤미션은 출범 첫해엔 매달 한 차례, 이듬해부터는 격월로 모여 30여명의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예술 영역을 소개하고 교제를 나눠왔다. 시네 토크, 미술 전시회, 토크 콘서트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주제강연과 소그룹 나눔이 핵심이다. 강연 주제에 따라 서울대 미술관, 평택 기지촌 평화박물관, 용인 순교자 기념관 등을 탐방하기도 한다. 강원도 산불 화재 같은 재난 현장을 찾아 소방관과 가족들을 위한 초청 음악회를 열고, 문화 콘텐츠로 응원과 격려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성현 목사는 “시인 윤동주는 암흑 같았던 일제강점기에 ‘호주머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같은 작품으로 한국인의 심상에 위로를 줬다. 현대의 목회 현장에서도 설교와 성경 공부에서 다 풀어낼 수 없는 성도들의 삶과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영화, 음악, 문학 작품 등이 복음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준다”고 설명했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시네 토크로 참여했던 추상미 감독은 “크리스천 아티스트는 십자가와 하늘의 영광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로서 대중적 관심과 인기를 얻는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종교적 색깔이 띄지 않는 예술가에 비해 좁은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추 감독은 “예술가로서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는 과정 없이는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성찰하게 하는 기독교 정신을 작품에 담을 수 없다”며 “다른 분야의 크리스천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영감을 얻는 시간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예술성 뛰어넘은 신앙적 연대
2020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제2회 한국기독교시각예술포럼 현장. 한국기독교시각예술포럼 제공

기독 신앙을 가진 화가 설치미술가 사진작가를 중심으로 2020년 6월부터 활동해 온 한국기독교시각예술포럼도 대표적인 크리스천 예술가 모임 중 하나다. 이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이 담긴 작품, 기독교 진리를 바탕으로 통찰해 낸 연구 결과물을 포럼에서 공유하며 온·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펼쳐왔다.

설치미술가 심정아 작가는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포럼에서 ‘언택트 시대, 기독교 예술과 문화’ ‘우상의 시대, 예술은 어떻게 희망이 되는가’ 등 크리스천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선과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진행한 활동들을 완성도 높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온라인상에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해나가는 게 포럼의 존재 이유”라며 “앞으로는 작품 전시회, 강연 원고의 출간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뿜어내는 메시지는 대중들만을 향하지 않는다. 기독교 신앙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저평가하거나 비하하는 시선에 대한 버팀목으로서의 메시지 또한 중요한 요소다.

심상용 서울대 미대 교수는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점철된 예술 분야에서 크리스천 예술가들은 낙인찍히고 위축을 경험하는 일이 태반”이라며 “중요한 건 신앙인과 예술인 사이에서 가치관의 충돌을 겪을 때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자신의 신앙을 예술로 표현해가는 방식이 개인의 고백 차원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크리스천 예술인들의 선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성 목사는 “크리스천 예술인들이 예술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에 대한 고백을 공유하고, 예술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이뤄가시는 인도하심에 삶을 맡길 때 작품만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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