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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가 아닌, 교회사 뒤편에 숨겨져 있던 ‘그녀’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기독교 허스토리/백소영 지음/비아토르

  • 기사입력 2022.10.07 03:03
  • 기자명 강주화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 뒤편에 숨겨져 있던 ‘그녀들’ 이야기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마리아에서부터 한국 기독교 사상가 함석헌의 아내 황득순까지 성경이나 교회사 속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들을 호명한 에세이 41편 모음이다. 비교 신학자인 저자는 이들의 삶을 그리스도인 여성의 시선으로 보고 해석한다. ‘교회 언니’의 눈으로 본 소설가 샬럿 브론테, 선교사 로제타, 화가 나혜석 등은 가부장제를 벗어던진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저자는 네 복음서에 모두 등장하는 ‘향유 붓는 여인’을 예로, 가려진 여성들의 이름과 사역을 기억하기 위해 여러 사료를 뒤지고 전승에 주목하길 권한다. 성경 역시 다른 사료와 마찬가지로 남성들이 주로 썼기 때문이다. 마태와 마가는 이 여인을 “한 여자”로 기록했고 누가는 “죄를 지은 한 여자”라고 했다.

저자는 그녀가 예수의 제자였던 베다니의 마리아(요 12:1~8)라고 한다. 그녀는 예수의 발치에서 말씀을 듣던 이다. 하지만 사도행전에 사도 마리아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 때문에 ‘필시’ 있었던 여성들의 역할을 역사적으로 상상할 것을 제안한다.

15세기 말 유럽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난 카타리나는 어떤가. 전문 직물공이자 평신도 여성 지도자였던 카타리나는 사제 마티아스 젤과 결혼한다. 그녀는 결혼을 변증하는 소논문을 썼고 “결혼은 자유로운 그리스도인의 선택이고 사제들의 성적 타락을 줄일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결혼은 그녀에게 소명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루터와 칼뱅 등 당대 개혁신앙 주도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전방위로 활동했지만 교회사 주요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가려진 여성들이 많다. 함석헌은 한국 교회사에서 독보적인 사상가로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그의 아내 이름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 이름은 황득순. 황득순은 열여섯에 시집와 스물에 가까운 큰 가족을 평생 불평 없이 돌보고 월남 후에는 행상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다고 한다. 함석헌은 “(아내 입관 후) 자녀들 사이에서 아내의 별명이 ‘나야 뭐’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먹을 거나, 입을 거나, 무엇에서나 자기를 늘 빼놓으면서 하는 말 첫머리가 ‘나야 뭐’였던 것이다. 저자는 “나는 사상으로야 함석헌에 공감하지만 삶으로는 황득순 편이다. 그녀가 진정한 씨알이다. 땅에 떨어져 제 몸이 썩고 죽어 자기보다 연약한 생명을 살려낸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은 그녀들의 생애로부터 우리 눈을 가려온 것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라는 것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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