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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배필 연결하자” 매칭 라인 다양해졌다

국내 혼인율 감소 속 교계 결혼·가정 사역 역량 높이며 다변화

  • 기사입력 2023.05.27 03:01
  • 최종수정 2023.05.27 06:11
  • 기자명 김동규 양민경
그래픽=신민식


지난 13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 한껏 단장한 미혼남녀 30명이 속속 들어섰다. 일대일 성비로 구성된 이들은 기독교 결혼정보회사(결정사) 크리스천메이트(크메)가 주최한 ‘두근두근 로테이션 파티’ 참가자다. 100여명의 신청자 중 신앙관과 나이, 출석교회 이단·사이비 여부 등을 고려해 주최 측이 선발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의 표정은 마주한 이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풀렸다.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임성진 크메 대표가 강단에 나와 예배를 인도했다. 임 대표는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란 말씀이 있다. 이 자리서 귀한 만남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가스펠송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연주되자 여타 미팅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이들은 초면임에도 상대를 향해 손을 뻗고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축복했다.

만남은 예배 후 프로필 카드를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름과 나이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파티의 원칙 때문이다. 흡사 가명으로 이성과 데이트를 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 참석자들은 카드에 적힌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눴다. 대화가 쌓이자 서로를 보는 눈빛에도 관심과 호기심이 엿보였다.

이들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주제는 ‘신앙’이었다. “신앙생활은 어떻게 시작했나요”를 묻거나, “믿는 사람끼리 연애하면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처럼 기독교인의 연애에 관해 묻는 이도 있었다. 교회 봉사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동안 교회에서 어떤 봉사를 하셨나요.” “교회 단기선교 다녀오셨네요. 어떻게 섬겼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이성 한 명당 정해진 대화 시간은 10분.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내 상대의 신앙과 매력을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대화를 나눴다. 3차례 로테이션을 마친 뒤 성사된 커플은 4쌍. 나머지는 다음을 기약하며 주기도문으로 기도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비혼·저출산 시대인데… 교회는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우리나라 혼인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이다. 2020년은 21만3502건, 2021년 19만2507건으로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9년 혼인 건수(23만9159건)를 넘어서지 못했다. 다만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3964건으로 전년동기대비 8590명(18.9%) 증가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사회에서 ‘국가 소멸’이 우려되는 국가로 우리나라를 손꼽는 이유다. 청첩장을 주고받는 일이 드문 요즘, 교회와 선교단체 등 한국교회 유관단체는 오히려 단체미팅과 결혼예비학교, 부부교실 등 ‘가정사역’에 손을 걷어붙이고 있다.

 

 

 

‘자만추’ 힘든 현실


“교회 다니는 연인을 만나고 싶다… 교회 생활 열심히 하면서 사람을 찾아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부적절한 의도로 다니는 것 같아 꺼려진다. 교회 말고 다른 곳에서 이성을 만나기엔 신앙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고민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기독 청년의 고민이다. 신앙을 가진 이성과 만나고 싶지만 혹여 눈총을 받을까, 같은 교회에서의 연애는 망설여진다. 하지만 교회 밖에선 아예 기독교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기독교인 미혼남녀에게 이른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쉽지 않은 이유다.

기독교 결정사 크리스천싱글즈의 주향 매니저는 “아직까진 교회에서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면 ‘왜 공동체에서 연애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많은 편”이라며 “교인 간 연애 중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싶어 교회 차원의 단속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파티 참석자 A씨도 출석 교회에서 자만추가 어렵고 외부에서도 기독교인을 만나기 어려워 기독교 결정사를 찾았다. A씨는 “소형 교회를 다녀 누군가를 이성으로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여기선 믿음 있는 분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 역시 “요즘엔 신앙 있는 이성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찾기 힘들지 않으냐”며 “믿음을 가진 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교회 모임이 어려워진 상황도 기독 미혼남녀의 연애 전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 예배를 온라인 예배가 대체하면서 성도가 모일 기회가 현저히 준 까닭이다.

 

 

 

온라인 미팅도 등장… 팬데믹 뚫은 교회 연애수업


팬데믹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한국교회는 이전부터 꾸준히 기독 청년의 연애와 결혼을 지원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는 단체 미팅 및 결혼 세미나를 주선해왔다. 새문안교회처럼 아예 교회 내 결혼상담부서를 개설해 맞춤 상담을 제공한 교회도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미혼남녀를 위한 연애와 결혼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는 지난달 15일 ‘CCC싱글즈’란 이름으로 온라인 그룹미팅을 시도했다. 온라인 미팅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등을 활용했다. 초교파 선교단체 호프월드미션(대표 김용국 목사)은 상대의 프로필을 비대면으로 받아 호감 가는 이성에게 연락하는 방식의 ‘프로필 미팅’을 진행했다.

기독교 결정사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 임 크메 대표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보다 코로나 시기가 한창일 때 기독교 결정사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았다”며 “교회나 사역단체에서의 모임이 줄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엔데믹을 맞으면서 연애뿐 아니라 부부생활을 위한 강좌를 여는 교회도 늘고 있다.

두란노 결혼예비학교 주 강사인 김숙경 사랑연구소장은 “혼인 건수는 줄고 이혼 가정을 늘었다지만 교회는 건강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는 편”이라며 “코로나가 약화하면서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 교회도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의 가정 친화적 전통, 사회로 확장되길


기독교인의 연애와 결혼에 한국교회가 이토록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선교와문화 교수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하나님이 제정한 인간의 제도 3가지로 가정 교회 국가를 들었다. 가정을 교회와 국가만큼 중시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신구약 성경에서도 국가와 민족의 출발이 가족임을 명시하고, 가족을 돌아보지 않는 자는 교회 직분을 허락지 않는 등 가정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그만큼 가정 친화적 전통을 이어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비혈연가정이나 한부모가정 등 여러 형태의 가정도 교회의 가정사역 대상으로 고려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성경이 건강한 가족을 이루라고 권장하는 건 단순히 혈연 중심의 공동체를 꾸리라는 개념이 아니”라면서 “신약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믿음으로 예수의 새로운 가족이 됐다’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혈연 가족이 건강한 관계가 되도록 섬기는 일은 한국교회가 잘 해왔고 그간 사회의 호평도 받았다”며 “앞으로 사회 속 다양한 가정을 믿음으로 돌보고 품는 데도 한국교회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규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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