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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비워 스스로 낮춘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을 채우다

케노시스 수도원 운영 천안 주복교회 서범석 목사

  • 기사입력 2022.08.08 03:04
  • 기자명 우성규
충남 천안의 케노시스 수도원에는 ‘하늘 정원’이 있다. 잔잔한 물결로 하늘과 구름과 산을 수면 위에 비춘다. 지난달 14일 치유목회연구원 주최 포럼에 참석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늘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중한 철문과 검은색 담장을 지나 한쪽 구석 ‘좁은 문’으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충남 천안 성거산과 왕자산과 태조산이 만나는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케노시스 수도원이 들어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천안 주복교회(서범석 목사)의 부설 수도원으로 개신교에선 드물게 목회자와 성도들이 주중에도 말씀을 읽고 영성 깊은 기도를 이어가는 곳이다.

좁은 문으로 입장하면 드넓은 부지에 깊이가 얕은 인공 호수가 눈에 띈다. 안내에 나선 지영옥 주복교회 권사는 “물 위에 비친 하늘과 구름과 산을 보며, 하나님 나라를 깨끗하게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물결치는 호수가 아닌 고요한 수면이 하늘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것처럼 내 마음을 잔잔하게 또 정결하게 하는 곳, 수도원은 이곳을 ‘하늘 정원’이라고 불렀다.

케노시스 수도원 현판.

케노시스 수도원 이름을 가리키는 현판에는 ‘비움과 채움’을 떠올리며 빌립보서 2장 5~11절을 읽자고 안내한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초대교회가 불렀던 찬송으로 추정되며 사도 바울의 편지 가운데 희생적 사랑과 겸손의 핵심을 이루는 저 아름다운 문구 가운데 ‘자기를 비워’란 표현에서 케노시스(Kenosis)가 나왔다. 자기를 비워 스스로 낮춘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을 배우는 곳이란 의미다.


서범석(사진) 주복교회 목사는 천안 서북구 교회 본당과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이 산속에 성도들과 함께 수도원을 개원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회의 한계 때문입니다. 주복교회는 20년이 넘었는데, 열심히 심방하고 목회해도 성도들의 삶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번의 감동은 가능하지만 꾸준한 성화의 노력이 더 절실했습니다. 과거엔 예배당에 십자가만 걸어도 성도들이 모였는데, 지금은 교회가 어떤 일을 해도 예전처럼 모이기가 힘듭니다. 한국교회만 그런 게 아니고 세계교회도 그렇습니다. 교회가 안에서부터 갱신의 힘을 잃어버렸을 때 사막교부들은 광야에 나가서 신앙의 본질을 되돌아봤습니다. 그게 수도원 운동의 시작입니다. 수양관이나 기도원이 익숙한 한국교회엔 수도원이 낯설지만, 세계교회엔 기도원이 없고 수도원이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모두 수도사 출신입니다. 목회적 한계를 극복하고 교회의 갱신을 위해서 성도들과 수년 전부터 수도원 운동을 시작해 지난 4월 케노시스 수도원을 개원하게 됐습니다.”

서 목사와 주복교회 성도들은 주일예배와 수요심방 등에 천안 시내 교회를 이용하고 나머지 주중에는 이곳 수도원에서 매일 경건 훈련을 이어간다. 새벽 5시 하루를 여는 기도로 시작해 정오의 기도와 저녁 경건의 시간을 가진다. 화요 중보기도 모임, 목요 성경 공부 이외에 성경 읽기, 고전 읽기, 찬양 침묵 기도회까지 수도원 내 채플과 도서관, 기도실 등지에서 열린다. 서 목사는 “목회자는 성도들 가운데 가장 많이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자이어야 하며, 직분자들도 성도들보다 먼저 개인 영성을 채워야 한다”면서 “성도들이 수도원에 와서 저와 함께 머물며 말씀 묵상과 깊이 있는 기도 생활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케노시스 수도원에선 치유목회연구원(원장 진방주 목사) 주최로 전국의 목회자 50여명이 모여 포럼을 진행했다. 외부에는 제한적으로만 공개하던 케노시스 수도원이 한국교회에 본격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영성목회와 영성신학을 추구하는 ‘영성나무’ 대표인 이경용 청주 영광교회 목사가 ‘감정기도와 치유’를 주제로 강의했고, 김상만 치유목회연구원 교수가 ‘예술심리치료와 영성’을 주제로 실습을 진행했다. 서 목사도 케노시스 수도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 목사는 “수도원은 교회와 분리할 수 없으며, 교회 갱신을 위한 수도원, 신앙 회복을 위한 수도원이 필요하다”면서 “주복교회와 케노시스 수도원의 안내자로서 비움과 영성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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