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민일보 연재 ‘역경의 열매’를 시작했다. 아브라함처럼 순종했고 갈 바를 모르고 시작했다. 그런데 이 연재가 벌써 마지막 회를 맞았다.“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히 11:8)거룩한 부담감으로 버겁기도 했다. 두 달여의 여정에 함께 해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화수분처럼 쏟아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 걸 보니 시즌2를 준비해야겠다. 독자 여러분의 격려와 칭찬, 다독임과 때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새벽기도회를 다녀온다. 하나님 말씀을 듣고 묵상한다. 주님과 만난 지 40년이다. 주님과 교제하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지금도 주님을 생각하면 감사해 눈물이 난다.주님이 ‘오늘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무엇을 가르쳐 주실까’ 내심 기대하며 아침을 기다린다.주님 품에 안겨 수다 떠는 새벽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어떤 마음으로 기도했고, 어떤 태도로 하나님과 나눴는지 노트에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자식에게 기도의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기록한다. 묵상하고 기도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계획
늘 기다렸다.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친정 식구를 포함한 가족이 주님을 영접하길 기다렸다. 엄마는 신년이 되면 토정비결을 비롯해 각종 점을 봤다. 가족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친정에서는 내가 첫 크리스천이다.“주님, 우리 가족을 불쌍히 여기옵소서. 영원한 천국에 함께 가길 원합니다.” 간절히 기도했다.“여호와여 돌아오소서 언제까지니이까 주의 종들을 불쌍히 여기소서.”(시 90:13)주님께 기도 중에 “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시 89:46)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다.기도 응답은 하나님의 시간에 이뤄졌다.
오피스텔 방으로 이사했다. 침대가 방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옷가지를 벗어 재빨리 세탁 바구니에 넣고 씻을 동안 전기담요를 켠다. 씻고 나와 잠옷을 갈아입고 바로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아~ 따뜻해.”나이가 들면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짬을 내 침대 속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예전엔 낮잠은 그저 게으른 자의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졸리지만 잠을 청하지 않았다. 한동안 두려웠다. 가슴이 두근거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10여 년을 수면제에 의존했다. 그래서 단잠을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시 90:10)성경에 강건하면 팔십, 세상에서도 ‘골골 80’이란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약골이었다. 매번 작고 큰 병으로 낫기를 기도하는 내게, 가족들은 ‘골골 100세’라고 놀린다. 오래 살 것이라는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병원을 내 집처럼 다니면서도 건강검진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뤘다. 결혼생활이 파경에 이를 즈음 밀린 이자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그나마 가입했던 건강 관련 보험도 해지했다. 이후 여러 병에 걸리고 나니 보험가입이 쉽지 않다.“그래, 거부해도 좋다. 나는
공사현장이 좋다. 나를 믿고 공사를 맡겨주는 사람들이 참 좋다. 먼지 속에서 땀 흘리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위해 샘솟는 생각들이 좋다.공사에 대한 상상과 생각이 계획으로 바뀐다. 공사현장은 다시 사진이나 영화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을 감고 실물 그대로를 그린 완성 예상도인 ‘렌더링’(rendering)을 해본다. 그리고 공사현장에서 창의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현실로 풀어낸다.내 전문분야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보면 뜻대로 안 될 때가 있다. 한숨이 나온다. 꼬인 것이 안 풀리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난 기
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느껴진다. 집에서도 그 집의 향기가 나기 마련이다. 집을 완성하는 마지막 터치는 바로 ‘공간의 향기’다.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 냄새, 된장찌개 냄새를 행복한 순간의 향기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어린 시절, 집 마당에 평상이 있었는데 그 위에 누워 있곤 했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바람으로 살짝 졸기도 했다. 그 순간이 생각나면 나는 미소 짓게 된다.집안으로 들어오면 좁은 마루가 있고 양쪽 미닫이문을 열 수 있었다. 유독 창문이 많아 다 열면 바람 때문에 집안 커튼이 뒤집어졌다. 읽던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전 1:9)새로 나온 상품 일명 ‘신상’(新商)을 모두 살 수는 없다. 날마다 유행을 쫓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 가끔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듣곤 한다.“돈이 없어 스타일 만들기가 어려워요.”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멋지고 세련되고 맵시 있는 옷 입기, 집 꾸밈은 돈보다는 감각의 문제라고 설명한다.돈이 없을 때는 그만큼 센스를 더 발휘하면 어떨까. 어떻게 꾸밀 것인지 고민하면 된다. 넉넉하지 않을 때는 선택의 폭이 좁지만 그만큼 표현하는 센스와 아이디어가 극대화된다.외래어 ‘시크’(Chic
차를 운전하다 막힐 때 울컥하고 답답할 때가 있다. 차에 날개가 있어 훨훨 날아갔으면 하는 환상을 갖는다. 그런데 성경 시편을 보면 다윗도 힘들 때 비둘기를 보면서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 편히 쉬고 싶다고 노래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생각해본다.“나는 말하기를 만일 내게 비둘기 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 내가 멀리 날아가서 광야에 머무르리로다(셀라).”(시 55:6~7)인생을 살다보면 힘들고 아픈 일이 많다. 그럴 때 크리스천이라면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를 통해 아픔이 사라지고 어둠의 세력이 떠난다. 수시
믿음이 흔들릴 때, 힘들 때마다 기도제목을 들고 기도원에 갔다. 오산리와 삼각산, 청계산, 한얼산 기도원 등을 자주 다녔다.2014년 11월 이혼을 앞두고 또 기도원을 찾았다. 3박 4일을 작정했고 핸드폰은 꺼 버렸다. 11월인데도 한겨울처럼 추웠다.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수돗물이 차가웠다. 간단히 양치와 세수를 했다.기도원 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뚝딱’ 먹었다.‘맛있는 반찬도 별로 없는데 맛있는 이유가 뭐지. 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왜 그렇게 맛있는지. 성령으로 음식을 만들어 그런가’ 생
주부가 ‘살림’한다는 것, 그 과정을 즐기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누구나 사고 싶고 누리고 싶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녹록지 않다. 지금 있는 것이 충분할 수도 있고, 끝도 없이 모자랄 수도 있다. 때로는 새 옷이 행복감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또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은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이 열정을 되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다.결혼생활이 위태할 때마다 무너지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그 노력이 바로 살림이다. 문제는 마치 경기를 하듯 끝없이 질주만 하는 욕망이었다.주부 생활 32년. “
1985년 5월 둘째를 낳고 바로 그 다음 달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언젠가 운전할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혼자 살면서 대중교통으로 1년을 버티다 차를 샀고 운전을 다시 하게 됐다. 그런데 운전이 무서웠다. ‘길치’인 내겐 고문과 같았다. 겨우겨우 주행연습을 했다.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를 다닐 정도로 운전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수도 없이 차를 긁었다.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잇따랐다. 사고가 날 때마다 겁이 났다. 충격을 받고 ‘운전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다.남들도 다 하는 운전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운전을 하는지 의문이
꽃이 좋아 꽃꽂이를 하곤 한다. 꽃시장에서 숨을 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마디로 꽃이 좋다. 꽃시장은 보통 평일 오전에 많이 찾는다. 신선한 꽃이 들어오는 월·수·금요일 중 한두 번이다.꽃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꽃시장을 즐겨 찾는다. 놀이터인 셈이다. 꽃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꽃상가 3층에서 이파리와 줄기, 나뭇가지를 한 아름 고른다. 그리고 인근 양재동 꽃시장으로 이동한다.로즈메리 아로마 잎과 화분, 테라스 야자, 아레카야자를 주로 산다. 빨리 시드는 꽃보다 푸름이 오래가는 이파
2004년 병원에서 자다 천국 꿈을 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새벽기도를 가다 하혈을 심하게 하고 쓰러졌다. 자궁에 종양이 있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암은 아니었지만, 자궁적출 수술을 했다.한 지인은 “너는 하나님 딸로 그렇게 열심히 산다면서 왜 병이 났니”라고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벽기도와 철야, 구역예배, 주일 성수, 기도와 묵상을 빼놓지 않던 내가 병에 걸렸다고 하니 주변에서 수군댔다.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하면서 생각했다.‘내가 뭘 잘못한 걸까.’병실에서 울다 잠이 들었다. 그때 꿈속에서 천국을 봤다. 금
발레를 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배워지지 않는다. 고통이 필요하다. 나는 안다. 이미 돌같이 굳은 상태의 몸이라는 것을. 그래도 57세 여름, 멋진 발레 공연을 관람한 뒤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리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발레가 좋다. 꽃을 바라보면 좋은 것처럼.이혼 후 고통 속에 있을 때다. 취미로 발레를 하면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었다.“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우셨나이다.”(시 30:11)발레 음악을 듣고 배우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그 순간, 아주 잠
‘그까짓 것’에 열중하는 나를 한심하게 보는 친구가 있었다. 작고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청소와 정리 따위, 쓸고 닦고 후벼 파고 다시 내일이면 쌓일 먼지를 터는 따위 등.요즘은 집이나 물건을 정리해주는 TV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다. 정리해주는 전문가들도 인기다. ‘내가 출연해야 하는 프로인데’ 생각하면서 볼 때마다 훈수 중이다.‘미래적 현실’ 좋아하는 표현이다. 교회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이 성경 말씀은 기독교인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에 의미가
엄마 이야기를 하려 한다. ‘엘리베이터 사건’ 직후 두 달여 미국 생활을 하고 귀국해 오피스텔로 입주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오피스텔은 작은 공간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누구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그저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쉰 살의 여자가 있었을 뿐이었다.이혼 후 정신과 트라우마 치료를 1년 6개월 동안 받았다. 치료받을 때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면 ‘울컥’ 눈물이 터져 나왔다. 트라우마 치료 교수님은 두세 시간씩 이야기를 들어주며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
이혼 후 엄마와 동네 목욕탕에 함께 다녔다. 아침 일찍 목욕탕 문이 열자마자 첫 손님이다. 목욕탕에 갈 때면 모자를 ‘푹’ 눌러 썼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싫었다. 이혼한 내가 왜 그렇게 한심하고 싫었는지….몸을 거의 숨기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헛일이었다. 엄마 옆에 꼭 붙어 조용히 씻는데, 쳐다보는 사람이 하나둘 늘었다.“서정희씨 맞죠?”“네.”시선을 피했다. 집으로 얼른 돌아왔다. 목욕탕 일이 자꾸 떠올랐다. ‘이러지 말자. 세상에 나가자. 나는 죄인이 아니다. 이혼은 죄가 아니다.’고 다짐하고 다음 날부터 인사를 하기로 했
궁금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TV에 나온 엘리베이터 사건이 대중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역경의 열매를 연재하면서 아픈 이야기를 쓸까 말까 생각하니 힘들고 신중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별별 일을 다 겪었다. 하지만 독자가 궁금해 하니 이야기하고 넘어갈까 한다. 이혼 전 결혼생활에 대해 줄곧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왔다. TV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교회에서 간증할 때, 책을 쓸 때도 한결 같았다.그 이유는 세상의 이목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주님 안에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꿈꿨다.“아브라함이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
“잘 자라 우리 아가/앞뜰과 뒷동산에…♬♪”자장가를 불러주면 딸과 아들은 내 품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양팔에 베고 잠든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모차르트 자장가가 끝나면 브람스 자장가로 넘어갔다. 또 슈베르트 자장가로 이어졌다가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든다. 하늘나라 아기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김대현 작곡의 자장가까지.자장가를 열심히 부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통해 나도 위로받았다. 교회에 다니고 자장가가 자연스레 찬송가로 바뀌었다.음악은 전진만 하는 내게 위로가 됐다. 클래식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