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의 교회로!” 지난 3월의 마지막 날, 각계 명사들의 희망을 향한 자유발언대가 무대에 올려진 ‘희망 콘서트’를 시작으로 국민일보는 매주 도시 변두리와 오지에서 주민과 호흡하며 희망을 일궈나가는 현장들을 조명했다. 9개월여의 여정 속에 소개됐던 한국교회 희망 공동체의 지금은 어떨까. 그들의 오늘을 들어봤다. ‘다시 희망의 교회로’ 시리즈에 처음으로 소개된 포항 한숲농아인교회(안후락 목사·국민일보 4월 18일자 37면 참조)는 농인들에게 희망을 심는 교회다. 장애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려운 농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수어식당
일곱 살이 되던 2021년, 아인(8)이의 팔과 다리에 이유 모를 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부딪혔는지 물어봐도 그런 적이 없다는 대답뿐. 다리를 휘감은 시퍼런 멍 자국은 한 달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져 있었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상급병원으로 옮겨 정밀 진단을 받으라고 권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향한 대형병원. 결과는 백혈병이었다.서울 용산구 충신교회(이전호 목사)에서 교육부서를 맡은 권복음(40) 목사 가족의 이야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첫째 아인이가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생사를 넘나들며 국경을 넘는 북한이탈주민 탈출기는 우리 사회에서 흔한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우리 밖 세계는 달랐다. 북한 국경수비대와 중국 공안의 감시, 동남아 밀림을 뚫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이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북한 주민의 탈북 여정을 가감 없이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감독 마들렌 가빈)가 국제무대에서 호평받는 이유다.영화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선 관객상을, 제24회 우드스톡영화제(WFF)에선 최고상인 베스트 다큐멘터리 영화상과 편집상을 받았다. 이들 수상에 힘입어 영화
강원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는 양동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거리는 행인도 없이 한적한데 찾아 들어간 ‘하늘꿈카페’ 안에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단체석에는 인근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활동을 마치고 온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한편에는 뜨개질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하늘꿈카페는 매곡교회(김신도 목사) 건물 안에 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역 필요에 따라 ‘문화목회’ 도전18일 교회에서 김신도(52) 목사를 만났다
강원도 홍천 읍내에서 차로 서쪽으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마주하는 교회가 있다. 자동차 2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밭과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그 중심에는 올해 40돌을 맞은 제곡교회(정영선 목사)가 있다. 산골교회에서 드리는 글로벌 예배 주일이었던 지난 3일 방문한 교회는 농촌교회가 맞나 싶었다. 기껏해야 20명 정도 모이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과 달리 예배 시작 30분 전부터 교회 안팎은 성도들로 붐볐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80명 넘는 교인들은 서로 인사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주방
지난 19일 저녁 인천 계양구 예수이룸교회(김진원 목사) 주방에 중년 여성 여섯 명이 모였다. 교회 가득 멸치 볶는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안경복 집사를 중심으로 백승은 김미숙 진향희 조순남 집사와 유지연 권사로 구성된 반찬 팀이 더운 날씨에 앞치마를 두르고 가스레인지 앞에 요리에 열중한다. 팀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접시 위에는 멸치볶음 콩자반 같은 마른반찬과 돼지 불고기가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인다. 첫째·셋째 주 일요일, 예수이룸교회는 계양구에 사는 학생 10여명을 위해 반찬을 전한다. 주로 한 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서울 종로구 독립문교회(김성희 목사)는 한양도성 성곽에 맞닿은 행촌동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서대문역에서 10여분간 마을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거쳐 언덕배기를 오르면 42년 역사를 품은 아담한 교회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적벽돌 건물에 녹색 문설주를 덧댄 출입구엔 교회 이름과 함께 ‘살림의 집’이란 문구가 적혀있다.“‘생명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곳’이란 의미로 ‘살림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정신건강·가족 문제 상담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는 곳이거든요.” 지난 24일 교회에서 만난 김성희(62)
교회는 해가 지면 출입구를 걸어 잠갔다. 교회 역사가 114년이나 지났지만 주민과 소통은 많지 않았다. 흡사 섬처럼 동떨어져 있던 서울 강북구 우이감리교회(김용성 목사)가 주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 건 지난해 진행된 교회 리모델링 공사 덕분이었다.지난 18일 방문한 교회에서는 자유롭게 교회 마당을 오가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주택가와 우이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교회를 지름길처럼 활용한다.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큰 길로 나가거나 또 집으로 돌아갈 때 모두 교회를 가로지른다. 무엇보다 교회를 끼고 500m 가까이
중학생 시절 참석한 수련회에서 품었던 목회자로서의 소명은 세월의 분주함 가운데 조금씩 옅어져 갔다. 희미해지던 소명이 불쑥 솟아올랐던 건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 근무 8년차, 조직안에서 승승장구하며 최우수 사원 표창을 받던 날이었다. 역설적이었다. 세상이 부러워할 성공에 맞닿아 있던 순간 신학도로의 길을 내겠다는 그에게 “제 정신이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미련 없이 회사원에서 목회자로 방향키를 틀고 경기도 용인에서 한 마을의 희망지기로 살아가고 있는 임성원 움직이는교회 목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교회가 현재 펼쳐 보이고 있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경기도 오산의 주거지역을 지나다보면 규모는 작지만 눈에 띄는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다소 특이한 이름을 지닌 ‘하늘땅교회’(이재학 목사)다. 땅에서도 하늘을 품고 사는 교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지난달 30일 들른 교회에선 이재학(51) 목사와 다른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 교회’를 추구하는 동시에 목회 본질을 회복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일종의 연구모임이었다. 책상에는 ‘교회론’ 등 연구를 위한 수많은 참고자료들이 눈에 와닿았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에덴정원교회(정진훈 목사)엔 명패 두 개가 달렸다. 하나엔 교회 이름이, 다른 하나엔 ‘행복을 나누는 마을카페 다락’이라고 적혀있다. 입구 쪽 벽면을 전면 거울과 먹색 미닫이문으로 꾸민 교회로 들어서면 여러 목제 책상이 반듯이 놓인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장의자가 대부분인 여타 교회 예배당과는 다른 모습이다.“주민이 많이 찾는 날엔 책상을 지금과 다르게 배치합니다. 여기서 10여개 지역 동호회 활동이 이뤄지거든요.”최근 교회에서 만난 정진훈 목사의 말이다. 2010년 교회를 개척한 정
매주 수요일 강원도 화천군 간동문화센터는 어르신들의 학구열로 뜨거워진다. 지난 5일 찾은 센터에는 20여명의 어르신이 5개 반으로 나뉘어 한글을 읽고 쓰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ㄱ’으로 시작하는 말은 구두, ‘ㄲ’은 까치, 그럼 ‘ㅋ’으로 시작하는 말은 뭐가 있을까요?” “칼국수!” “와, 정말 잘하셨어요. 박수!” 선생님의 질문에 곧잘 대답하는 어르신들은 칭찬 한 번에 금방 소녀처럼 웃는다. 간동문해교실의 정겨운 풍경이다.이화순(87) 어르신은 “문해교실에 다닌 지 3~4년 정도 된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외로울 때
서울 송파구 낮은자리교회(김은득·신재훈 목사)는 ‘희망 실험실’ 같은 신앙 공동체다.4명의 목회자가 1999년 예배와 교육·양육·봉사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두고 공동 목회를 한 게 실험의 시작이었다. 현재는 두 명의 목사가 함께 목회하고 있다.24년 동안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취(先取)한다’는 목표 아래 식당과 은행, 협동조합 등을 세웠다. 목회 출발점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열망이었다. 그 나라를 이 땅에서 먼저 경험하기 위해 교회가 택한 길은 ‘공유’였다.서울 지하철 5호선 송파역 1번 출구와 가까운 교회는 잠실여고와 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보면 뭔가 색다른 느낌의 교회를 만날 수 있다. 개척한 지 2년밖에 안 된 ‘희망의교회’(정희성 목사)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예배당 규모는 왜소했지만 기존에 봐왔던 교회 모습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대학교의 작은 콘서트 홀이나 카페처럼 보였다.이달 초 방문한 교회에선 정희성 목사와 일부 성도들이 모여 진지하게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 주제는 하반기 주요 사역이었다. 적지 않은 사역 내용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기후 길라잡이’였다.지구
농인교회가 조용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예배시간은 설교자의 큰 목소리와 극적인 수어로 더 역동적이었다. 설교자 질문에 수어로 대답하는 농인도, 씩씩하게 외치는 청인도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각자가 싸 온 반찬을 갖고 20여명의 성도들이 식탁 교제를 나눴다.18일 찾은 서울 강서구 청함교회(모상근 목사)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교제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모상근(53) 목사는 “8살에 목사로 서원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농인 목회를 꿈꿨다. 1991년 안양대에 진학한 뒤에는 수어동아리 ‘예손’을 창립하면서 농인들과 꾸준
경인중앙선 양평역에서 내려 자동차로 10분 정도 더 달려 목적지인 ‘책보고가게(책방지기 황인성 백흥영 목사)’에 도착했다. 양평 시내에서 살짝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은 평일에는 작은 동네 책방, 주말에는 교회로 변한다.지난 11일 방문한 책보고가게는 이른 시간인데도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예고 없이 내린 소나기로 가게 앞마당에 깔린 흙은 비를 머금어 고동색으로 변했다.확 트인 마당에 있는 2층 규모의 건물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교제의 공간, 꿈과 비전을 발견하는 보금자리다. 서점과 카페, 세미나실
때 이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밥집 앞. 배낭과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 수십명이 일렬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오전 10시. 밥집이 문을 열자 이들이 가방에서 꺼내든 건 다회용 밀폐용기와 보온병이었다. 제물포밥집이 준비한 밥과 국을 담아가기 위해 미리 챙겨온 것들이다. 장애인 복지단체인 함께걷는길벗회(길벗회) 설립자 한용걸(61) 대한성공회 신부의 기도로 배식이 시작되자 봉사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어르신을 맞았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밀폐용기에 밥을 담으며 봉사자가 안부를 묻자
경기도 고양 백석역으로부터 세 블록가량 떨어진 한적한 골목. 역세권의 빌딩 숲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는 딴판인 2~3층 높이 빌라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 있다. 공간의 쓰임새는 각기 다르지만 ‘변두리’라는 공통의 수식이 붙어 있었다. 따뜻한 느낌의 아이보리색 벽에 ‘변두리학교’란 문패가 걸린 곳으로 들어가자 맛깔나게 밥과 반찬을 담은 식판을 들고 저마다의 자리로 향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교생 20여명 남짓의 아담한 대안학교지만 생기 넘치는 분위기는 여느 학교 부러울
지난 16일 오전 일찌감치 지하철 1호선 동두천역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에서 떠나는 백마고지행 순환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10시 48분발 직행 버스에 몸을 싣고 다시 50여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강원도 철원, 우리나라의 북쪽 끝 도시였다.기자와 만난 정지석(63) 국경선평화학교 대표는 “대한민국 지도에서는 철원이 땅끝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철원이 우리나라의 끝이라고 생각해서 오는 길이 더 멀게 느껴졌을 겁니다. 하지만 한반도 지도를 펼쳐보면 정중앙에 철원이 있어요. 통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소만 들었을 때는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이자, 높은 건물들로 빼곡한 도시 중심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문화로 복음을 전하는 푸른나무교회(곽수광 목사)가 있다. 외부에서 보면 일반 빌딩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더 북, 성경이 된 사람들’ 포스터가 방문객을 반긴다. 평일에는 260석의 규모의 소극장 ‘광야아트센터’로 쓰이는 이곳은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 처소로 탈바꿈한다.공연과 CCM 등 문화로 복음과 희망을 전하는 푸른나무교회는 일반 성도뿐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