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 교회’는 왜 파티장으로 변했나

서울 성수동 소재 교회 노후화로 커지는 비용 부담돼 일반인에 매각 계약 때 이단 관련은 단서로 넣었지만 교회에 알린 용도와 달리 사용해 속수무책

2022-09-16     신지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할렐루야선교교회의 과거와 현재 모습. 왼쪽은 건물 매각 전 교회의 외부 전경. 오른쪽은 14일 현재 건물 전경. 십자가가 사라졌고 교회 입구 정면과 측면에 영문 명칭의 상호가 붙어 있다. 할렐루야선교교회 제공

‘교회 건물이 클럽(무도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SNS에는 서울 성수동의 한 교회 건물이 클럽으로 바뀌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관련 사진과 글이 온라인상에 퍼져나가면서 “안타깝다”거나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오르내렸다.

지난 14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다. 옛 교회 건물엔 교회를 나타내는 표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꼭대기 십자가는 사라졌고 입구 정면에 내걸렸던 교회 현판도 없었다. 그 자리에는 ‘SHUT DOWN’(셧다운)이라는 영문 간판이 눈에 띄었다.

건물 내부에선 청년 10여명이 음향 기기와 조명을 설치하고 있었다.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비밀이고, 임대인에게 질문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확인 결과 금요일인 16일 한 주류회사가 주최하는 ‘DJ 초청 파티’가, 이튿날엔 또 다른 파티가 예정돼 있었다. 작업자들은 주말 파티를 위한 무대를 설치 중이었다. 건물 주변 상인들은 교회 건물이 파티장으로 바뀐 데 대해 대체로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이 건물은 할렐루야선교교회(예장합동 소속)가 1984년부터 38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복음을 전했던 곳이다. 건물이 오래돼서 지난해 8월 정식 매매계약을 통해 건물을 팔았다. 교회 측은 현재 서울 강동구에 새 성전을 건축할 예정이며, 성도들은 광진구 광나루 근처 임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 측은 SNS로 퍼지고 있는 내용과 왜곡된 소문에 펄쩍 뛰고 있다. 관련 글을 찾아 삭제를 요청하거나 댓글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 확인 결과, 항간에 떠돌고 있는 ‘이단에 연루됐다’거나 ‘클럽에 매각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교회 담임목사는 기자와 만나 “우리 교회는 성수동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역을 떠나면서 동네 주민들에게 미술전시 공간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술을 판다거나 파티장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절대 계약을 안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회 측에 따르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교회는 매수인에게 ‘이단 여부’와 ‘건물 용도’ 확인 요청을 거쳤다. 이에 매수인은 법인 사업자등록증과 ‘가난한 젊은 예술 청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고 미술품 전시와 공연을 제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계획서를 교회에 보냈다. 이 교회 목사는 “이단 관련 내용은 전례가 많아 매매 계약서에 단서 조항을 넣었다”면서 “지금처럼 건물 용도가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교회 매각을 계획 중인 교회가 있다면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단이나 교회 명예를 실추할 만한 행위를 할 경우, 3년까지는 명예훼손 관련 소송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파티장으로 임대된 교회건물은 지난달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매수인 측의 설명을 요청했지만 거부의사를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