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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키즈존… 열린 교회, 온 어린이를 품다

놀이터·키즈카페·복합문화공간 만들어 개방한 교회들

  • 기사입력 2023.06.10 03:01
  • 최종수정 2023.06.10 06:44
  • 기자명 양민경
경기도 부천 복된교회 교육관인 비전센터 전경. 1층엔 카페가, 2~3층엔 작은도서관과 문화교실이 있다.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지난 1일 오전 10시. 경기도 부천 복된교회(박만호 목사)에 어린 손님이 찾아왔다. 이 교회 실내 교육놀이공간 아이드림에 놀러 온 아이누리어린이집 원생이다. 교사의 손을 잡고 차례대로 입장한 아이들이 크고 작은 놀잇감을 잡고 해맑게 웃자 적막했던 공간에 생기가 돌았다.

김은영(47) 원장은 “지난해부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교회에 사전 예약 후 방문하고 있다”며 “무료로 이용하는 데도 놀이시설이 안전한 데다 냉난방 시설도 잘돼 있어 만족한다. 아이들도 올 때마다 좋아한다”고 했다. 박만호 목사는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지역 어린이에게 좋은 걸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양질의 재료로 아이드림을 제작했다”며 “교회 예배당과 독립적인 공간으로 조성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들도 편히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복된교회 실내놀이터 아이드림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아이드림은 이 교회 여전도회 바자회 수익금으로 2019년 조성됐다. 교회 앞 차도에서 어린이가 노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성도들이 ‘교회에 아이들이 놀 공간을 만들자’고 뜻을 모은 결과다. 교회는 주차장 일부를 영유아용 실내놀이터로 개조하고 각종 실내외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드림 입구엔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로’란 교회 표어와 성도의 바람이 적혀있다. “아이드림이 우리 자녀에게 믿음을, 이웃의 자녀에게 꿈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복된교회 실내놀이터 아이드림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어린 손님’이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카페와 식당 등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찬반 논쟁이 첨예하다. 제주도 도의회가 최근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 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 제정을 추진하다 심사를 보류한 게 대표적이다. 보류 사유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10여 년 전 등장해 현재 5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노키즈존의 현실을 짚었다.

 

 

 

복된교회 비전센터 2층의 작은도서관 모습. 부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런 가운데 복된교회 등 여러 교회는 키즈카페 등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을 자발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교회가 상업시설은 아니지만 소란 행위 등 어린이를 공간에 초대함으로 감수해야 하는 부담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이들을 환영하는 교회엔 단순 전도 목적을 넘어 ‘어린이 환대’ 그 자체가 진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68년 차 교회, 키즈카페 만든 이유

 

 

충북 청주서남교회의 키즈카페 하이랜드를 찾은 지역 어린이들. 청주서남교회 제공


‘청주 실내 아이랑 가볼 만한 곳 영유아 무료 키즈카페 하이랜드.’ 검색 포털에 ‘하이랜드’를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문구가 들어간 블로그 글이 여럿 나온다. 하이랜드는 충북 청주서남교회(장승권 목사)가 2018년 463㎡(140평) 규모의 교회 지하 1층 공간에 꾸민 키즈카페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데다 다양한 공연도 열어 어린이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 두루 사랑받는 공간이다. 한 블로거는 지난 2월 “공간이 깔끔하고 교회에서 봉사 나온 분이 청소도 한다. 이미 동네 맘카페에서 인기”란 내용의 포스트를 올렸다.

월요일을 제외한 일주일 내내 문을 여는 하이랜드엔 1000여명의 지역주민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교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화공연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이들에게 알림 문자를 보낸다. 진은영 전도사는 “교회 주최 문화공연 입장료는 5000원 선이다. 수익사업이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진행한다”고 했다.

 

청주서남교회에서 마련한 공연을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이 관람하고 있다. 청주서남교회 제공


장승권 목사는 “교회에 아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이랜드를 개장했다고 했다. 장 목사는 “1955년 설립된 교회에 7년 전 부임했는데 어린이가 교회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 세대처럼 요즘 어린이도 교회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교회서 노는 걸 보기만 해도 참 감사하다”는 그는 하이랜드가 ‘전도용 시설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이니 우리가 하는 사역은 모두 선교와 관련된 것이지요. 하지만 하이랜드의 목적은 전도가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사랑을 주는 게 최종 목적이에요. 선교의 목적은 결국 이웃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이니까요.”

 

 

 

다음세대를 위한 선물 같은 곳

 

 

제주 행원교회의 들락날락센터 전경. 여름을 맞아 교회가 마련한 물놀이터가 보인다. 제주 행원교회 제공


“우리만의 아지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요한 제주 행원교회 목사가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센터 설립에 앞서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교회 인근에는 어린이가 놀거나 쉴 공간이 흔치 않았다. 이구동성으로 ‘놀 곳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지역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해 교회가 세운 곳이 지난해 5월 개원한 들락날락센터다. 센터의 3층 건물엔 다음세대와 학부모가 쉬고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1층엔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실내놀이터가 들어섰다. 2층과 3층엔 학부모를 위한 카페와 악기실 등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교회 건축 예산의 2배를 뛰어넘는 비용이 투입된 센터 설립엔 성도 및 후원자의 기도와 헌신이 있었다. 2017년 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다음세대 선교’와 ‘지역사회 섬김’의 가치로 교회 안팎 기독교인을 설득했다.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 지역사회가 감동하는 공간’ ‘다음세대에게 선물 같은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권했지요. 이에 ‘죽으면 죽으리라’ 하고 응답한 성도와 후원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센터는 없었을 겁니다.”

 

들락날락센터를 찾은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제주 행원교회 제공

 

 


센터는 현재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이 하교 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도 단체로 예약해 센터를 이용한다. 제주 전역과 전국 각지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교회가 세운 곳인지 모르고 ‘건물 짓는 데 국가 지원은 얼마나 받았냐’며 따져 묻던 일부 주민도 이제는 센터의 존재에 감사를 표한다. “센터 설립과 운영, 관리와 각종 문화 프로그램 기획까지 전부 교회가 책임집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장사가 목적이 아니어서 가능한 일이지요. 이젠 주민이 자발적으로 교회 홍보도 해 주고, ‘노인정이 아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마을에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도 전해옵니다.”

 

교회는 ‘환대 공동체’… 특정 연령층 소외 없어야


교회의 어린이 환대 정신은 성경에 기인한다. 예수는 자신에게 오는 어린이를 막아선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꾸짖는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막 10:14) 이는 종교 개혁을 이룬 개신교회의 전통이기도 하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기독교와문화) 교수는 “종교개혁자 장 칼뱅이 이민자 환대에 앞장서면서 교회의 환대 정신은 종교 개혁적 원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환대 자체가 곧 선교이므로 미래의 주인인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데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성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목적으로 특정 계층을 소외시키는 일이 점차 늘고 있는데 교회는 이를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다음세대는 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만큼 이들을 환대하는 다음세대 친화적 목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천=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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