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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선비 목사의 삶과 신앙

[서평] 봉경 이원영(임희국 배요한 강정구 박종천 강윤정 지음/은행나무)

  • 기사입력 2023.06.09 03:04
  • 기자명 더미션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 유교 선비에서 기독교 목사로 삶을 전환한 이들 가운데 특별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습니다. 영남 지역 대표 목회자이자 민족운동가였던 봉경(鳳卿) 이원영(1886~1958) 목사입니다.

이 목사는 경북 안동 도산면 원촌동에서 태어납니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이며 네 살부터 16년간 한학을 배웁니다. 집안에서 세운 학교를 통해 근대식 교육도 받습니다. 그러다 1919년 경북 예안 지역의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1년간 복역합니다. 이때 함께 수감된 안동 유림 출신 그리스도인 이상동 장로에게 전도를 받습니다. 출소 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존 크로더스(권찬영)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퇴계 이황 14대손의 개종은 문중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목사는 집안의 반대와 배척에도 불구하고 안동의 성경학교와 평양신학교를 거쳐 1930년 경안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습니다.

이 목사는 1939년부터 광복 때까지 일제의 황국 신민화 정책에 저항하며 네 차례의 구금과 혹독한 고문을 이겨냅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순교자’로 불립니다. 8·15 해방을 경북 경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맞은 그는 경안고등성경학교(현 경안대학원대)를 설립해 교회 재건을 돕고, 안동 경안고와 대구 계명대의 설립 이사로 활동합니다.

신사참배 전력으로 갈라진 교회를 통합하기 위해 1954년 제39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추대됩니다. 행동하는 양심이던 그의 주도로 교회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신사참배 취소성명’이 발표됩니다. 총회장 임기를 마친 후 별세한 그는 대전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돼 있습니다.

책은 한국국학진흥연구원에서 기획하고 임희국 배요한 강정구 박종천 강윤정 등 여러 학자가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그동안 이원영 목사에 대해 발표된 선행연구들(단행본 12권, 학위논문 5편, 학술논문 4편)이 종합돼 있습니다. 이 목사가 처했던 다양한 삶의 자리와 길목들, 실존적 현실과 정체성 등에 대해 정밀한 분석과 연구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이전 성과들과 구분됩니다. 교회사학자 신학자 목회자 종교학자 한국사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역사학계에선 지역사(史)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중심의 역사 서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의 숨은 역사와 인물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교회사 연구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이원영 목사에 대한 꾸준하고도 심층적인 연구가 그 결실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이 이 목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들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풍성히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홍승표 목사(아펜젤러인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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