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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조병석 (1) 첫 울음도 못 내고 죽을 뻔…“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나 무호흡 증세로 폐까지 산소 전달 못해 시퍼렇게 변색
코를 물고 인공호흡 하듯 자극하는 등 수간호사의 긴급 처방 후 기적적 호흡

  • 기사입력 2023.05.30 03:04
  • 최종수정 2023.05.30 14:31
  • 기자명 최경식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의 갓난아기 시절 모습.


“응애~ 응애~ 응애~”

갓난아기의 가녀린 울음소리조차 너무나도 반갑게 들려왔고, 숨을 쉬고 있다는 오직 하나의 사실이 깊고도 진한 감사함으로 느껴지게 만든 1966년 겨울 서울 서대문의 새벽. 어머니의 뱃속에서 오랜 시간 터널 속의 사투를 벌이다가 힘겹게 세상의 틈바구니로 튕겨 나온 한 갓난아기가 있었다.

깡마른 체구와 함량 미달 몸무게의 그 아기는 우렁차게 울거나 여린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무호흡 증세 때문에 산소가 폐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핏덩이 붉은 색깔의 아기는 점점 시퍼렇게 변색됐다. 이는 결코 살아있는 아기라고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된 분만실의 간호사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얻게 된 노하우를 총동원했다. 희망의 작은 불씨를 가슴에 끌어안고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흔들고 주무르고 꼬집고 때리고. 있는 힘껏 물리적인 자극을 계속 가했다. 이렇게 해야만 아기에게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겼다. 그러나 노력과는 달리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점 더 새파랗게 변해가는 아기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분만실 밖에 있는 가족들도 안에 있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그때 연배가 있는 수간호사가 황급히 분만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먼저 아기의 코를 입술로 물고, 인공호흡을 하듯 자극을 줬다. 뒤이어 핏덩이의 항문을 힘껏 빨아주는 긴급 처방도 했다. 이마 옆으로 수간호사의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렸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긴박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깊은 절망 가운데 하늘 위의 기적이 나타났다. 그 아기는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응애~ 응애~ 응애~”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여리게라도 첫 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죽을 줄 알았던 아기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분만실 안팎의 모든 사람이 ‘감사와 놀라움과 기쁨의 눈물’로 물들어갔다. 까만빛 도시의 깊은 밤 위로 하얀 눈꽃 송이가 날아와 하나둘 쌓여가듯. 익숙한 영화 속, 더 친근한 프롤로그의 낯익은 장면처럼. 힘겨웠지만 따뜻한 삶의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됐다.

나는 그 당시의 여러 가지 현장 상황들을 떠올릴수록 명확한 깨달음을 얻는다. 이것은 순전히 영적인 깨달음이다. 이 모든 기적은 그때의 갓난아기 조병석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귀하신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과 은혜. 이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약력=1966년 출생, 가수 여행스케치의 리더, 싱어송라이터, 음악 프로듀서, 음악 감독, ‘별이 진다네’ 등 200여개 창작곡 발표.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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