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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톡!] 교도소 담장을 넘어온 SOS “캄캄한 절망 속 외톨이에게 빛을”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국민일보 기사 읽은 수감자의 편지

  • 기사입력 2023.05.24 03:01
  • 기자명 유경진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가 국민일보가 연재 중인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기사를 읽은 뒤 기자에게 보낸 편지 일부.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한 A씨는 “캄캄한 어둠을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얼마 전 교도소 수감자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2월부터 국민일보가 연재 중인 ‘교회, 외로움을 돌보다’ 기획 기사(2023년 3월 1일자 33면)를 읽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수년째 경북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50대 남성 A씨는 자신을 ‘외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A4용지 3장을 빼곡하게 채운 편지에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 여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글 사이로 절망 후회 발버둥 어둠 자살 같은 단어가 눈에 밟혔습니다. 특별히 와닿는 단어는 ‘외로움’이었습니다.

편지를 죽 읽어내려가다 보니 A씨가 얼마나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범죄자이기 전에 가정·고아원 폭력 피해자였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한 사람이었습니다. A씨는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랐다. 하지만 고아원 내 형들의 폭력에 못 이겨 도망쳐 길거리를 배회하며 껌팔이, 신문팔이, 앵벌이 등을 하며 어두운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두운 범죄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A씨가 경험한 세상은 냉혹했습니다. 비빌 언덕조차 없는 외로운 곳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교도소에서 만난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는 편지 중간에 “신앙심을 키워줄 분이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캄캄한 어둠을 벗어나 빛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아직 세상은 따듯한 곳이라는 희망을 품고 싶다. 부디 제가 어렵게 내민 손을 뿌리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노숙인 B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마약에 중독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14세에 처음 마약에 손을 댄 뒤 중독의 구렁텅이에 빠졌습니다. 알코올·마약·성 중독은 범죄로 이어져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B씨의 치아는 약물 남용으로 검게 부식됐고 얼굴과 손 곳곳에는 흉터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제 주변에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바닥 인생을 살던 제게 따듯함을 느끼게 해준 곳은 교회가 유일했다”고 웃어보였습니다. 하나님을 만난 뒤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는 B씨는 현재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아이슬란드로 생애 첫 선교여행도 다녀왔습니다.

A씨와 B씨가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은 교회였습니다. 두 사람이 변화할 수 있었던 계기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외로움에 진심으로 공감했던 목회자의 관심이었습니다.

경기도 과천 시냇가상담센터 김창환 센터장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는 디아코니아(섬김·봉사)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사회복지 지원과 상담은 외로운 이들을 향한 돌봄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심방처럼 찾아가는 사역이 활성화돼야 한다. 영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세상은 따듯한 곳이라는 희망을 품고 싶다”는 A씨의 바람이 꺾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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