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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기자의 안녕, 나사로] 슬픔 공감하며 온기 나눌 때 사랑 품은 그리스도의 자녀 돼

잊지 말아야 할 것, 잊히지 말아야 할 것

  • 기사입력 2023.04.22 03:04
  • 최종수정 2023.04.23 12:47
  • 기자명 최기영
크리스천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르쳐줘야 할 나눔의 본질은 물질보다 감정에 있다. 그중에서도 기쁨보다 중요한 것이 슬픔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다. 미드저니


성경은 말한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 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히 13:16) 육아 현장에서 ‘선한 마음’은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훈육과 격려의 기본형이다. “○○이 착하지?” “잘했어요. 우리 ○○이 착하네” 등이 부모 입에 붙어 있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나눠주기’는 어떨까.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나눠주기의 기본은 기부다. 하지만 성경이 “잊지 말라”고 한 나눠주기의 기본 요소는 물건이나 재정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오히려 마음 나누기, 즉 공감을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는 게 먼저다. 그것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선행 과제이기 때문이다.

육아 과정에서 아이가 가장 먼저 체득하는 공감의 감정은 기쁨이다. 작정하고 아이를 울리겠다며 얼굴을 들이미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다. 뚱한 표정을 짓는 아이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보겠노라며 각종 의성어, 외계어, 웃긴 표정, 몸개그가 총동원된다. 어린이집, 유치원 과정에서 아이가 처음 사회성을 배울 때도 대개 친구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며 기쁨을 공유하는 것으로 첫 단추가 끼워진다.

하지만 공감의 영역에서 잊지 말아야 할 감정이 있다. 바로 슬픔이다. 슬픔은 기쁨과 달리 아이 스스로 감정을 확장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을 수도,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렵다.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일상을 살아가며 양육자로서 가슴 쓰라린 순간이 있다. 채 피우지 못한 꽃 같은 어린 생명을 잃는 사고들을 목도하게 됐을 때다. 159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된 핼러윈 참사를 겪은 지 6개월여가 흘렀다.

참사 직후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초등 3학년, 1학년이던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방문했다. TV 속 보도 장면만으로도 절로 탄식이 흐르는 현장이었기에 적잖이 우려가 됐다. 깊은 고민 끝에 아이들과 분향소를 찾기로 결심한 건 ‘슬픔에 공감하기’라는 숙제를 미뤄둘 수 없어서였다. 고사리손에 든 국화꽃 한 송이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슬픔에 공감하면서, 나도 남도 사랑할 수 있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정 사진들 앞에 나란히 섰다.

사랑은 슬픔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허락되는 감정이다. 슬픔과 아픔에 대한 공감 없이 맘대로 붙여진 사랑은 욕망에 머물고 만다. 아이들이 바르게 사랑할 수 있도록 슬픔에 공감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슬플 애(哀)’와 ‘사랑 애(愛)’가 같은 음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2015년 4월 16일.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팽목항을 함께 걷다 작은 어선에 몸을 싣고 침몰 지점을 표시한 부표로 향했더랬다. 떨리는 손으로 붙든 국화꽃 한 송이를 부표를 향해 던지는 부모들을 취재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 살배기 아들과 4개월 후 태어날 둘째를 둔 아빠였던 그날로부터 8년이 흘러 이제는 10살 아들과 8살 딸의 아빠가 됐지만 가슴에 새긴 다짐은 변함이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를 향한 다짐이지만 ‘잊히지 말아야 할 것’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향한 다짐이다.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견고해질수록 실수가 줄어든다. 실수가 줄어들수록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잊히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다짐이 견고해진다면? 그렇다. 환경과 사회가 변화된 안전망을 만들어 내어 모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거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선을 행함과 나눠주기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기쁨에 그치지 않고 내 곁에 있는 이들의 슬픔에 자기 마음을 나누며 어루만질 때 서로에게 온기가 전해질 수 있다. 그 온기가 사랑을 오롯이 품은 그리스도의 자녀로 살아갈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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