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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복음의 전달자인데도 돈으로 얽매려 해 환멸”

[2023 탈북 성도 리포트] ① 가나안 탈북 성도의 목소리

  • 기사입력 2023.03.29 03:01
  • 기자명 박용미
탈북 성도들이 사라지고 있다. ‘가나안 성도’ 현상은 더이상 남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은 탈북 성도들의 엑소더스를 부추기면서 출석 성도 80% 가까이 앗아갔다는 통계도 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해 신앙의 힘으로 버티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날까. 국민일보는 가나안 탈북 성도들의 실태와 이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새로운 역할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

개신교인이면서도 교회에 발길을 끊은 ‘가나안 탈북 성도’가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앞서 한국교회의 구태의연한 선교방식이 이들의 마음과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탈북 성도 가정이 집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 한국오픈도어선교회 제공

2011년 한국에 온 탈북민 준혁(가명·28)씨는 열심히 다니던 교회를 2년 만에 그만뒀다. 교회가 돈으로 탈북민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준혁씨는 “교회에서 장학금을 주는데 매 주일 예배에 꼭 참석해야 한다. 교회에 한 번 빠지면 장학금의 3분의 1을 깎고, 두 번 빠지면 장학금이 취소됐다”며 “한번은 교회가 탈북민에게 성경 퀴즈를 풀게 한 뒤 한 문제 틀릴 때마다 장학금을 3만원씩 차감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회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고 씁쓸해했다.

대입 준비 중인 탈북민 한수(가명·21)씨도 다니던 교회에 할 말이 많다. 그는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대학에 진학하면 장학금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교회 출석과 소그룹 모임 참여 등 조건이 많았다”며 “치사스럽게 느껴져서 대학에 들어가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 후 한수씨는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가나안 탈북 성도’ 1만명 추산

지난해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거주 탈북민은 3만3882명이다. 2020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민 1만48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4%가 개신교인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탈북민 가운데 개신교인은 1만3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또 다른 통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정형신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탈북민 교회에 출석하는 탈북민은 1600~1800명 내외다. 아울러 탈북민 사역자들이 추산하는 남한 교회에 다니는 탈북민 수치(약 1500명)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종합하면 1만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신앙은 있어도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나안 탈북 성도’로 분류된다.

국민일보는 지난달부터 가나안 탈북민, 가나안이었다가 다시 교회로 돌아온 탈북민, 탈북민 사역자 등 24명을 대면·비대면으로 만났다. 인터뷰 대상자의 연령층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 탈북민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교회가 돈으로 구속하는 경우, 예배와 소그룹 모임 등을 ‘강요’하는 경우,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경우 등이다. 따뜻한 사랑이 아닌 돈으로 마음을 사려 하고, 더딘 믿음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채근할 때, 주일도 없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지 못하는 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믿음만 앞세우는 교회 불신

돈과 연관된 문제의 경우 탈북민들의 상처가 깊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교사인 A씨는 얼마 전 학생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씨는 “학생들이 교회에 ‘알바하러 간다’고 하더라. 가서 시간만 때우고 앉아있으면 돈을 준다는 뜻이었다”며 “복음의 전달자가 돼야 할 교회가 돈으로 탈북민을 붙잡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학교 교사인 B씨는 “탈북민들이 한 번이라도 더 교회에 나오게 하려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면서도 “탈북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방식이라면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강압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이 신앙을 강요하는 교회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회를 떠난 지 7년 됐다는 정은(가명·34)씨는 “나는 북한에서 ‘응애’ 하고 태어나는 순간 김씨 일가를 신으로 맹신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다. 그것에 분노를 느껴 탈출했는데 남한 교회도 맹신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쩌다 소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면 눈치를 줬다. 자율성이 없었다”며 “가끔 힘든 삶을 나누면 ‘말씀을 안 들어서 그래, 기도를 해봐’라는 지적도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시대와 동떨어진 탈북민 선교

북한 사역자들은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는 탈북 양상도 가나안 탈북 성도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회나 선교단체들이 탈북을 도왔기에 탈북민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신앙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브로커를 통해 탈북하는 사례가 늘면서 복음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탈북민 사역자 C씨는 28일 “예전에는 탈북민이 탈출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죽다 살아난 경험 없는 이들이 없었다. 그런 뜨거운 간증이 있는 탈북민은 한국에 와서도 교회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며 “비교적 빠르게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은 신앙을 가졌더라도 쉽게 잃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가 20년 넘게 진행해 온 탈북민 선교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물량 공세로 탈북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면 사랑으로 보듬고 믿음의 성숙을 끈기있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박용미 기자 이현성 인턴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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