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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대박난 카페?···사장인지 목사인지 모르겠어[개척자 비긴즈]

  • 기사입력 2023.03.27 15:17
  • 최종수정 2023.03.27 15:38
  • 기자명 최기영 이영은

 


나는 ‘개척자 Y’다. 험난한 교회 개척 여정 가운데 늘 기도하며 하나님께 ‘왜(Why)’를 묻고 응답을 구하고 있다. 개척은 그 자체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향점이다. 출발선(A)에 선 개척자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Z)를 바라보며 묵묵히 걸음을 내디딜 때 당도할 수 있는 마지막 계단이 알파벳 ‘Y’이기도 하다. 그 여정의 일곱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커피를 참 좋아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없지만 ‘홈 카페’에서 얻은 내공이 상당하다고 자부한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SNS에 사진을 올리면 꽤 많은 사람이 반응을 보인다. 종종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시그니처 메뉴를 대접하기도 한다. 대부분 “괜찮다” “맛있다” “예쁘다”와 함께 엄지를 척! 하고 들어준다.

나의 시그니처 메뉴는 세 가지다. 일명 커피 과자로 불리는 ‘로투스’를 활용해 만드는 ‘풍요로운 땅’, 연유와 생크림으로 만드는 ‘유생라떼’, 달고나 맛이 나는 ‘달나라떼’ 삼총사다. 맛도 있고 만들어 내는 과정도 행복하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 그것을 먹는 사람들,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 공간을 채우는 대화들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카페교회. 가능할 것 같았다. 장사도 잘될 것 같았다. 그래서 카페교회를 구상하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중엔 카페를, 주일에는 예배 공간으로 사용한다면 재정도 목회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운영하는 교회들을 수소문했다. 김포 강화 하남 원주 별내 등 6~7개 카페교회가 답사 선상에 올랐다.

특히 주위 목사님들께서 입을 모아 꼭 가보라고 했던 곳이 있었다.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는 카페와 예배당이 구분돼 있었고 복층 구조로 자모실까지 확보했다. 적절하게 공간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개척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카페교회 목사님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뜻밖의 고백이 고막을 때렸다.

“목사님~ 제가 사장인지 목사인지 모르겠어요.” 꿈에 그리던 개척지를 만난 듯 잔뜩 상기된 나를 눈앞에 두고 목사님께서는 단호한 어조로 권면했다. “카페교회,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성도를 향한 돌봄 그리고 개인적인 기도 시간. 이것이 확보되지 않아서 목회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카페에서 성도들과 교제도 자주 하고 말씀도 묵상할 자신이 있었다. 영혼의 원두를 갈아서 맛있게 교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며 카페 목회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나에게는 시그니처 메뉴도 3개나 있지 않은가.’

그후로도 SNS 세상에서 눈도장을 찍어 둔 매장, 포털 커뮤니티인 홈 바리스타 클럽을 통해 알게 된 매장, 집 주위에 있는 매장들을 다니며 카페교회의 콘셉트를 준비했다. 그렇게 계획을 구체화하고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이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획과 생각은 길을 잃었다. 자신 있었던 커피도 맛을 잃었다. 물을 바꿔보고 원두를 바꿔보고 그라인더를 여러 번 세척하고 다시 커피를 만들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다시 먹고 또 먹어봐도 맛이 없었다. 왠지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Y야 그거 아니야.”

‘왜일까.’ 카페교회를 떠올렸던 근본적인 이유는 기성교회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대상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손님으로 만나고 단골이 되고 친구가 되고 공동체가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과정과 닮아서였다.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 때가 꼭 그랬다. 처음엔 쌉싸름하고 어색했던 커피를 자주 만나면서 무엇에 따라 향과 풍미가 달라지는지, 어떤 메뉴를 친구로 곁들여야 맛의 조화를 이루는지 하나씩 깨닫는 짜릿함이 있었다. 이 깨달음의 과정들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싶었다.

교회 건축학적으로 영성이 느껴지고 마음에 평안이 절로 찾아오는 공간들도 참 많이 가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임재가 넘치는 공간이라도 신앙 없는 이들이 첫발을 내딛기 어려운 공간이라면? 그렇다면 그 공간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보다 이미 하나님을 만난 이들에게만 더 유익한 게 아닐까.’

그런 고민과 기도 끝에 마음에 새긴 지향점이 카페교회인데 지향점을 구체화하는 동안 나는 길을 잃었고 맛을 찾지 못했다. 기성교회와 같은 모습으로 개척하고 싶지는 않았고, 무기라고 생각했던 커피는 첫발을 내딛기 어려운 공간처럼 쓸모가 없어졌다. 반성이 쏟아져 나왔다. 교회는 자신감과 패기로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 인간의 능력으로부터가 아니라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부동산을 돌며 교회로 쓸 공간을 알아보다가 한 은퇴 목사님을 만났다. 광야 같은 개척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목회자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따듯하게 위로를 해 주셨다. “나는 네 번이나 개척을 했지. 그런데 다 실패하고 말았어. 이제 막 첫 번째를 준비하는 과정인데 벌써부터 풀이 죽으면 어떡하나. 힘내게.”

마음이 영 어려워서였을까. 힘을 얻고 더 열심히 개척에 임해보라는 응원이었을텐데 그말이 다르게 들렸다.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렸다. ‘네 번을 해도 실패하는 게 개척이라는데 개척하지 말까? 개척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가.’

커피는 맛이 없고 자신감은 떨어지고.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던 순간에 SNS를 통해 한 세미나 포스터를 봤다. 개척교회를 준비하는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였다. 왜인지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런데 포스터에 적힌 모집 마감일이 이상했다. 이미 마감일이 지났는데 게시글이 올라온 것이다. 주최측의 실수란 생각보다는 왠지 막차를 탈 기회를 부여받는 것 같았다. 길이 있을 것 같았다. 방법이 생길 것 같았다. 간절했다.

등록신청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내내 초조했다. 매일 몇 번이고 메일을 확인했다. 메일이 제대로 간 걸까? 왜 답이 오지 않을까? 게시글을 잘못 띄운 걸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할 때 답변 메일이 왔다. ‘연락이 늦어져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이었다.

다행이었다. 탈락은 아니었다. 아래에는 첫 번째 강의의 장소와 시간이 안내돼 있었다. 행복했다. 전에 없던 기대감이 샘솟았다. 그렇게 찾아온 첫 시간. 강단엔 개척 공동체와 동역하다 자신도 교회를 개척한 지 3년여를 맞은 목회자가 섰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있고 교회 개척을 설명해주시는 태도는 진지했다.

내 가슴에 확 꽂힌 문장이 있었다. ‘건물이 교회가 아닙니다. 우리가 교회입니다.’ 뒤따르는 설명을 차분히 들으며 ‘공유 오피스’란 개념을 마음에 새겼다. 교회가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장소를 임대하지 않고 빌려서 사용해보는 시도였다.

유레카를 외치듯 맘 속으로 ‘할렐루야!’가 외쳐졌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작점에 변화를 주니 새로운 힘이 솟았다. 예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고 그것을 따라 목회 방향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교회 개척 공간에 대한 ‘180도 전환’. 하나님은 그렇게 또 하나의 시작을 주셨다. (Y will be back!)

 

 

 

 

 

 

 

 

 


최기영 기자, 일러스트=이영은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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