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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선교·교육·의료가 꽃핀 남녘에서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16) 순천 미 남장로교 선교부지

  • 기사입력 2023.03.25 03:05
  • 최종수정 2023.03.26 12:06
  • 기자명 우성규
부활절 무렵 전남 순천 매산여고 앞마당에 피어나는 서양산딸나무의 꽃잎 모습. 예수님의 십자가 상처를 기억나게 한다.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 제공

3월의 걷기 묵상 행선지는 봄꽃 소식이 한창인 전남 순천이다. KTX를 타고 순천역에서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 순천중앙교회를 찾아간다. 1910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개척한 선교 부지에 교회와 학교, 병원이 모여 있다. 순천 원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했다.

목포와 광주에서 활동한 존 F 프레스턴(변요한·1875~1975) 선교사는 전남 동남부를 관할하는 순천 선교부를 건설한다. 선교사 주택, 매산학교와 매산여학교, 알렉산더 병원과 기숙사 등을 한꺼번에 계획해 인력과 재정을 준비하고 건물을 일괄 신축하는 형태였다. 프레스턴 선교사는 한국교회의 자치 역량을 인정하고 선교사는 한국교회에 보조자와 보충자 자리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순천중앙교회에서 시작해 조지와츠 기념관, 매산중학교 매산관, 프레스턴 주택, 코잇 주택 등을 거닐며 근대 교육과 서양 의료체계가 본격화된 현장을 답사한다.

선교 부지에서 잠시 동쪽으로 향하면 언덕 위에 100년 된 주택 ‘홍매가헌(紅梅佳軒)’이 나타난다. 붉은 매화가 아름다운 집으로 매년 1~2월 눈 속에 피어난 설중매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상춘객이 몰려온다. 주인장은 김준선 순천대 명예교수다. 임학(林學)을 전공한 김 교수는 평양 숭실전문학교 출신 독립운동가인 김형재 목사의 손자다. 100년 가옥 홍매가헌은 바로 할아버지 김 목사가 지은 집이다. 홍매와 백매로 둘러싸인 집에 오르려면 반듯한 화강암 모양의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김 교수는 계단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해방과 함께 동네 청년들이 일본 신사를 허물어 버립니다. 동네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여기던 신사의 제단석을 목사인 조부께서 가져와 지금처럼 집을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삼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기억하며 그 돌들을 밟고 새롭게 나아가라는 뜻이었습니다.”

다시 선교 부지로 돌아와 언덕 꼭대기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휴 린튼(인휴·1926~1984) 선교사가 농촌선교를 위해 타던 차와 같은 모델인 1965년식 랜드로버 차량이 전시돼 있다. 인휴의 아들인 순천 사람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기증한 것이다. 순천은 복음화율이 37%에 이른다. 박물관에선 한국 기독교 100년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매산학교 미술교사이던 플로렌스 H 크레인 선교사는 한국의 야생화를 손으로 그려 1931년 식물도감인 ‘한국의 들꽃과 전설’을 펴냈다. 미나리아재비 패랭이꽃 선옹초 달개비의 모습이 곱다.

선교부지에는 미국 선교사들이 옮겨 심은 나무 ‘도그우드’(서양산딸나무)가 해마다 부활절 무렵이면 십자가 모양의 꽃을 피운다. 가로는 짧고 세로로 긴 모양의 분홍빛 꽃잎의 끝은 안쪽으로 함몰돼 있어 예수님의 십자가 상처를 기억나게 한다. 최은희 해설사는 “다음 달 1일부터 2023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가 열리는데 십자가 꽃도 그즈음부터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 시내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옆에 순천복음교회가 있다. 걷기 묵상에서 벗어났지만 차를 탈 가치가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최초의 여성 안수 목사인 ‘호남의 여걸’ 김유정 목사가 초대였고, 2대가 오늘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매화정원을 가꾼 양민정 목사, 그리고 3대 장동복 목사로 이어진 교회다. 오순절 신앙의 불꽃이 아름다운 매화나무와 더불어 로마네스크 양식의 우아한 예배당으로 남아있다. 장 목사는 “정원 교회를 계획하고 성도들과 함께 수십 년간 나무를 모았으며 심지어 해외에서도 들여와 오늘의 매화정원을 가꿨다”며 “순천시 개방 정원으로 지정돼 믿지 않는 분들에게도 교회를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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