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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톡]죽음 만연한 남수단 평화 순례가 주는 메시지

  • 기사입력 2023.02.06 17:15
  • 기자명 장창일
프란치스코(가운데) 교황과 이언 그린쉴즈(왼쪽)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장, 저스틴 웰비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가 5일 교황 전용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교회 제공


남수단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입니다. 2011년 국민투표를 통해 수단에서 분리한 신생 국이기 때문이죠. 남수단은 같은 해 7월 유엔의 193번째 회원국으로 등록했고 곧이어 아프리카연합에도 가입하면서 독립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독립 전 수단은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렸습니다. 신생국 남수단 국민에게는 무슬림이 다수인 수단에서 분리해 기독교인이 다수인 국가를 세웠다는 기쁨도 컸습니다. 남수단 국민의 60%가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독립 후 2년 만에 남수단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강간과 살인, 유괴가 일상이 됐고 서로를 향해 겨눈 총부리에선 벌건 화염이 꺼질 새가 없었습니다. 내전으로 무려 40만명이 넘는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습니다.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계속됐습니다. 우리나라도 2013년 남수단 재건지원단인 한빛부대를 파병했습니다. 이 부대는 지금도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죠.

2018년 남수단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연립정부가 구성됐지만,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긴 충돌은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죠. 그사이 국제사회의 관심도 꺼져가고 있습니다.

‘잊힌 내전’으로 전락할 뻔했던 남수단에 평화의 메시지가 선포된 건 기독교 지도자들에 의해서입니다.

프란치스코 로마가톨릭 교황을 비롯해 저스틴 웰비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와 이언 그린쉴즈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장이 지난 2일 남수단을 찾았습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폭력으로 희생된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사랑과 치유를 통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4일(현지시각) 남수단의 수도 주바에서 수많은 난민들을 만나 위로했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바 시내 프리덤홀에 운집한 군중을 향해 “이 나라의 모든 전투를 끝내고 진지한 방식으로 평화 회담을 재개할 것을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강력히 소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린쉴즈 총회장도 “내전으로 불구가 된 남수단에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고 모든 국민이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말뿐인 평화에 머물러 있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 행동을 통한 평화 정착을 이루자”고 권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신구 기독교 지도자들이 남수단의 평화를 위해 현지를 찾은 걸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 평화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리 필래이 WCC 총무는 지난 1일 “기독교 지도자들의 남수단 방문이 내전으로 극심한 폭력과 빈곤, 이로인한 희생자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면서 “남수단 정치인들이 평화를 일구기 위해 헌신하고 행동하며 화해와 정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국제사회가 남수단에 대한 지속적인 연대와 지원을 해 달라”고도 호소했죠.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의 기대도 컸습니다. 남수단오순절교회 전 총감독 이사야 다우 주교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이번 방문으로 남수단 평화 프로세스가 큰 힘을 얻길 바란다”면서 “분명 이번 방문으로 남수단 평화 프로세스는 진전할 것이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개신교 지도자들의 남수단 방문 소식을 접하면서 신구 기독교 지도자들의 동행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남수단 기독교인들은 가톨릭과 성공회, 장로교 신자가 대부분입니다. 각자 속한 교파의 지도자들이 내전 중인 아픔의 땅을 동시에 방문한 셈이죠.

이들은 과거 영국이 수단을 식민지배할 때 심은 복음의 결실입니다. 긴 시간 내전으로 복음의 가치가 사그라들었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을 심었던 이들이 갈등의 자리를 다시 찾아 평화를 호소한 건 여러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화해와 평화만이 희망을 낳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은 게 가장 큰 결실 아닐까요. 긴 내전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난민을 낳은 남수단의 내전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더 이상 피를 흘리는 일도 없어야겠죠.

“피 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온전한 자를 미워하고 정직한 자의 생명을 찾느니라(잠 29:10)”.

기독교 지도자들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온전한 자들과 정직한 자들이 승리해 평화를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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