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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개신교인들 어쩌다 빌런이 됐나

국내외 드라마·영화, 악인 묘사 홍수

  • 기사입력 2023.02.03 03:01
  • 기자명 양민경
영화 ‘더 웨일’에서 토머스 선교사(타이 심킨스)는 주인공인 동성애자 찰리의 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성경 말씀대로 처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일보DB

어떻게든 3대째 의사 가문을 이으라며 며느리를 윽박지르는 시어머니(‘SKY 캐슬’·2018), 입양한 딸을 파양한 양모(‘동백꽃 필 무렵’·2019), 가정폭력을 일삼아 딸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양아버지(‘하이에나’·2020).

유명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괴롭힌 ‘빌런’(악당)에겐 공통점이 있다. 개신교인이란 점이다. 최근 5년간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 가운데 개신교인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SBS 드라마 ‘원 더 우먼’(2021)에선 주인공을 괴롭히는 시댁이 아예 개신교 집안으로 나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 ‘수리남’(2022) ‘더 글로리’(2022) 등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개신교인 빌런’은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악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개신교인 악역 이사라(김히어라)와 '수리남'의 전요환(황정민). 국민일보DB

한국교회에 실망한 대중문화

개신교인 빌런은 어쩌다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한국교회 호감도 감소를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신교인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건 그만큼 개신교가 대중에게 부정적으로 비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성폭력과 교회세습 등 교회에서 출발해 사회 문제로 불거진 것에 대한 반발이란 의견도 있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사회 문제로 비화한 사안이 교회에 적잖기에 대중에게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라며 “작품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어떻게 종교인이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소설가인 주원규 동서말씀교회 목사 역시 “(개신교인 빌런은) 사회적 순기능은커녕 도리어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에 대해 대중이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평했다.

퇴출운동 vs 자성… 미국 교회의 딜레마

미국 복음주의 교회도 한국교회와 사정이 비슷하다. 할리우드 역시 개신교와 가톨릭의 윤리관을 비판하는 작품을 다수 개봉한다. 다음 달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더 웨일’(2022)엔 남자 주인공의 애인이 동성애자란 이유로 가족과 교회에서 버림받고, 그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전도차 주인공을 찾아온 선교사는 로마서 8장 13절을 언급하며애인이 영보다 육체를 택했기에 죽었음을 전한다. 주인공은 “서로 사랑했다는 것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는 말이냐”며 분노한다.

미국 복음연합(TGC)은 최근 ‘사악한 기독교’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더 웨일 등의 영화에서 사회적 약자인 주인공을 엄격한 잣대로 괴롭히는 인물로 교회·성당 신자를 등장시킨 데 주목한 것이다. 주원규 목사는 “미국 교회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한쪽은 악의적 프레임이 사라지도록 따져야 한다는 쪽이고, 다른 한쪽은 교회가 자초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켜본 바에 따르면 ‘대안적 문화운동’ 및 작품 퇴출운동을 벌이자는 반응이 미국 교회 내 좀 더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정당한 비판엔 성찰, 과장은 지적해야

한국교회는 ‘개신교인 빌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성찰하는 자세로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되, 맹목적 좌절감에 빠지는 건 지양하자고 당부한다. 주 목사는 “‘저런 건 보지 말아야 해’하는 것도 문제고, ‘교회는 이래서 무조건 안 돼’란 자책도 지양해야 한다”며 “대중문화에 비친 교회의 모습이 객관적인 부분도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추구하는 자극적 측면으로 바라본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확증편향을 막기 위해 과도한 표현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교회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기적인 모습에서 돌아서면 인식은 점차 좋아질 것이다. 호감도 개선이나 전도 목적이 아닌 순수한 섬김으로 한국교회의 체질을 바꾸자”고 말했다. 한국교회 선행을 스토리텔링으로 세상에 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윤 교수는 “기독교 공동체가 앞장서 선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나 이를 이야기 형식으로 세상에 알리는 일 또한 비중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민경 기자 조승현 이현성 인턴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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