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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힌 목사 안수·교회 개척… 기막힌 외국인 목회자

[다문화사회, 외국인 목회를 허하라] (상) 외국 국적 목회자 차별 실태

  • 기사입력 2023.01.10 03:00
  • 기자명 장창일
담안유(오른쪽) 목사와 서명보 목사가 9일 서울 서대문구 언더우드 선교회에서 타국 시민권을 가진 목사들의 어려움을 말하던 중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미소짓고 있다.

담안유(39) 목사는 화교다. 중국 산둥성 출신인 할아버지가 1945년 한국으로 이주한 뒤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다. 할아버지 국적은 중화민국이었다. 대만이 그 정통성을 이으면서 담 목사의 국적도 대만이 됐다.

서울 중구 한성 화교소학교와 마포 한성화교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 대만사범대 국문과에 진학한 뒤 예수를 영접했다. 하나님의 종이 되기로 서원한 뒤 2014년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소속 목사가 됐다.

순탄한 삶이었지만 신대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는 과정에서 큰 난관을 겪었다고 한다. 타국 시민권자에게는 안수를 줄 수 없다는 교단 헌법 때문이었다.

담 목사는 9일 “지금은 신대원 입학 전에 외국인이 목사안수를 받기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를 한다는데 내가 입학할 때는 전혀 설명이 없었고 안수를 받는 과정에서야 알고 너무 놀랐다”면서 “신대원에 다닌다는 의미는 노회가 목사 후보생 교육을 신학교에 위탁한다는 건데 이런 문제가 있었다면 모르고 입학했더라도 신학 수업 중 탈락시키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행히 담 목사는 소속 노회의 배려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사 안수는 노회의 전적인 책임하에 진행된다. 하지만 교회 개척은 또 다른 문제였다. 타국 시민권자가 교회 개척을 할 길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담 목사는 교회 설립을 못한 채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 ‘언더우드 선교회’를 설립하고 카페 목회를 하고 있다.

담 목사와 함께 사역하는 서명보(37) 목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 또한 대만 국적의 화교다. 서 목사도 담 목사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국적만 대만인인 서 목사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이끄는 신앙공동체는 교회가 아니어서 교인들에게 세례를 베풀더라도 자체적으로 세례증서를 발급할 수 없는 등 여러 제한이 있다. 예장통합 헌법 제4장 ‘교회의 직원편’에 ‘타국 시민권자는 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선교사역자와 노회가 인정하는 특별 전문사역 부문(청소년 교육 등)을 예외로 두고 있다.

이런 헌법 조항이 생긴 건 미국 등 외국 국적의 목사가 국내 중·대형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한국기독교장로회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타국 시민권자는 재한 외국인 교회와 다문화 선교기관의 직원이 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지역교회 담임목사(교회 개척 포함)가 되는 길은 막아놓은 셈이다. 더욱이 이들 교단은 항존직 전체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어 외국 국적자는 교회 권사와 안수집사, 장로로도 임직할 수 없다.

그나마 예장합동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문턱이 낮은 편이다. 예장합동은 2019년 열린 104회 정기총회에서 “예장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목사의 경우 노회와 지역교회 공동의회가 허락하면 담임목사가 될 수 있다”는 규칙을 통과시켰다. 기감도 타국 시민권자에 대한 제한 조치가 없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늘면서 우리나라에서 목회하려는 타국 시민권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9년 252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코로나 여파로 2021년 196만명으로 줄었지만 다시 반등할 전망이다. 타국 시민권자가 국내 신학대학원에 진학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지만 교단 헌법 조항이 이들의 사역을 꽁꽁 묶어두고 있는 것이다.

한 교계 인사는 “타국 시민권자만을 향한 차별적 조항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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