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세대는 자녀 교육과 동시에 부모 부양을 고민하는 시기다. 자녀 학자금 대기도 빠듯해 노후 준비는 언감생심인 경우도 적잖다. 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교수는 이런 이들에게 전도서 탐독을 권했다.
차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도서는 일견 염세주의적 인상을 주지만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죽음을 기억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4050은 중간에 낀 세대로 자녀와 부모를 돌보고 자기 미래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미래 준비에 골몰해 현재가 없는 삶을 살기 쉬울 때”라며 “이럴 때일수록 죽음이 있다는 걸 기억하며 오늘 주어진 축복을 누려야 한다는 게 전도서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일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3) 차 교수가 제시한 4050을 위한 성구(聖句)다. 그는 “‘낙을 누리다’는 표현을 히브리어로 직역하면 ‘좋은 것을 본다’이다. 좋은 걸 보는 게 인생의 선물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50세대가 전도서를 읽으며 현재 삶에 주어진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고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야서와 느헤미야서 등 예언서를 추천한 이들도 있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영광스러운 출발을 했지만, 중간에 몰락을 경험한 뒤 다시 대 반등의 기회가 온다는 게 예언서의 기본 구조”라며 “4050은 실업과 사업 실패, 질병 등 인생의 쇠락을 본격 경험하는 시기 아닌가. 몰락을 경험한 사람이 다수 나오는 예언서를 읽으면 눈에 들어올 구절이 대단히 많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가 4050을 위해 꼽은 핵심 구절은 이사야 43장 19~22절과 예레미야 29장 11~14절이다. 그는 “‘사막에 비를 내리고 광야에 길을 낸다’ ‘너희를 향한 생각은 재앙이 아니라 평안’이라는 내용의 구절은 4050의 삶에 강력한 메타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 역시 예언서인 느헤미야서가 4050세대에 적합하다고 봤다. 조 목사는 “느헤미야서에는 무너진 성벽을 재건했지만 몇 년 뒤 모든 일이 수포가 되는 내용이 나온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은 셈”이라며 “종국에 느헤미야는 선한 결과는 없어도 하나님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고백을 한다(느 13장). 4050세대 역시 인생의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이기에 느헤미야의 경험과 고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세대인 10대와 2030세대, 60세 이상 시니어는 어떤 말씀이 요긴할까. 김기현 부산 로고스교회 목사는 10대와 2030세대를 위해 잠언과 에스더서를 추천했다. 김 목사는 “잠언은 하나님을 따르면 복을 받는다는 삶의 기본 원칙이 담겨 있어 10대가 읽기 적합하다”며 “사회 진출에 나서는 2030이라면 에스더서와 요셉이 등장하는 창세기를 읽어봄 직하다. 낯선 환경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발휘하되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니어가 읽으면 좋을 성경으로는 욥기가 거론됐다. 조 목사는 “노년은 고난을 재해석할 힘이 있는 시기”라며 “욥기를 젊을 때 읽는 것과 나이가 든 후 읽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시니어 세대에게 ‘늙은이는 꿈을 꾸며’(욜 2:28)란 구절이 담긴 요엘서를 권했다. 그는 “요엘서는 ‘성령 충만한 시니어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이들을 지혜로 이끌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결국 시니어와 다음세대가 만나는 유일한 길이 성령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