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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남짓 지하동굴 집터 비좁고 허름… 빗물 받아 식수로

[성지 탐방] 예수가 자란 나사렛 지하동굴을 가다

  • 기사입력 2022.12.02 03:00
  • 최종수정 2022.12.02 10:25
  • 기자명 이명희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 29일(현지시간) 모습을 드러낸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 성요셉 교회 지하에 있는 ‘요셉의 동굴’ 내부 모습. 예수 그리스도가 2000년 전 부모인 요셉·마리아와 함께 유소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추정되는 동굴 집터로, 30년 만에 한국 취재진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성탄절을 앞두고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연민과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면서도 가슴 벅찬 일이었다. 지상의 게스트하우스도 아닌 반지하에서 나귀와 양의 여물을 놓는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

베들레헴 중심가에서 본 예수탄생교회 전경. 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방문한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입구는 아주 좁았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낮고 천한 곳으로 오신 예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지은 교회의 지하동굴에는 예수탄생 지점을 표시한 14개 꼭짓점의 은색 별이 있었다. 이곳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기도하고 감동에 젖는 순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수가 태어난 구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무가 아닌 딱딱한 돌로 된 구유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지하동굴 바닥에 새겨진 ‘은색 별’. 아기 예수의 탄생 지점을 알리는 표식이다. 연합뉴스

성경에는 공생애 시기에 비해 예수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열두 살 때 성전에서 학자들과 토론하고 커갈수록 지혜와 명철이 깊어졌다는 묘사 등이 나온다. 예수가 목수인 요셉과 마리아에 의해 키워지며 유소년기를 보낸 나사렛 지역은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약 7만명이 사는 북부 최대 도시로 꼽히지만 예수가 살던 당시에는 주변 마을보다 작고 가난한 동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독교계에서는 예수가 요셉, 마리아와 함께 유소년 시기를 보낸 장소로 나사렛의 ‘요셉의 동굴’을 꼽아왔다. 이 집터 위로 1914년 성요셉교회가 세워졌고, 집터는 지하동굴 형태로 남게 됐다. 요셉교회 측은 29일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30년 만에 ‘요셉의 동굴’로 통하는 출입문을 이례적으로 개방했다. 이 교회는 1990년대 초중반부 여러 이유로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의 동굴 출입을 막아왔다.

요셉교회의 조지 루이트 신부가 이날 굳게 닫혀 있던 출입문을 열자 지하로 통하는 계단과 좁은 통로가 10여m 이어졌다. 60∼70㎝에 불과한 통로 끝으로는 약 33㎡(10평)가 조금 넘어 보이는 집터 공간이 나타났다. 동굴 높이는 2∼2.5m로 들쭉날쭉했다. 천장 한쪽으로 깊숙이 올라간 약 5m 높이에는 당시 지상으로 연결됐을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었다.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나사렛에 있는 ‘요셉의 동굴’ 위로 지상과 연결되는 구멍이 보인다. 이 동굴은 예수가 부모인 요셉·마리아와 함께 유소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연합뉴스

이곳을 함께 찾은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는 “지상으로 연결되는 구멍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인 뒤 동굴 바닥의 물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요셉의 동굴은 (교황청이) 예수가 살았던 곳으로 공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성지순례에 동행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예수님이 이렇게 낮은 곳에서 살았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교회가 너무 부자고, 나부터 너무 많은 것을 가진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더 낮아지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요셉교회에서 약 50m 아래쪽으로는 성경에서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에게 아기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장소가 있다. 이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수태고지(受胎告知)’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마리아 성화들이 예배당 외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데 그중엔 한복 입은 마리아가 색동저고리를 입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베들레헴·나사렛·예루살렘=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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