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곳으로 가장 빠르게.’
1989년 스위스에서 시작한 기독NGO ‘메데어(MEDAIR)’의 구호다. 긴급구호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메데어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일반인 접근이 쉽지 않은 국가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메데어 활동의 핵심은 ‘빠른 대응’이다. 시급한 사안에 가장 먼저 도달해 빠르게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데어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긍휼 희망 기쁨 성실 투명 존엄 믿음’이다.
최근 메데어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지부를 개설했다. 메데어 글로벌 국가 프로그램 총괄디렉터인 ‘앤 라이체마’도 방한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2004년부터 18년간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누빈 긴급구호대응 전문가다. 남수단 우간다 소말리아 등 전쟁과 위험이 도사리는 곳 어디든지 마다하지 않았다.
라이체마 디렉터는 지난 25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데어의 아시아 진출은 한국이 처음이다. (선택 배경엔) 한국의 따듯한 정(情) 문화와 기독교 영향력, 주변 국가와의 접근성, 높은 교육 수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구호)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봉사자들의 책임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봉사자들의 책임감은 타 국가 봉사자보다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으로서 긴급구호 현장에서 일한 경험과 노하우도 나눴다. 그는 “대부분의 분쟁 지역은 남성 위주의 사회”라며 “군대·정부와 협상할 기회도 많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라이체마 디렉터는 “언론에 노출된 분쟁은 극히 일부”라며 “가장 취약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의식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참사를) 충분히 소화하고 슬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슬픔을 억지로 누르면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라이체마 디렉터는 국내 사업 방향에 대해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손과 발이 되어 실제 그들의 삶에서 성경적인 가치를 살아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한국교회와도 다양한 협력을 맺어 하나님의 신실한 나라를 이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