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경기하는 동안 기도하자(Pray while they play).” 카타르 복음주의 교회 연합(ECAQ) 로블레스 회장이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카타르와 월드컵을 위한 기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기독교 박해국’ 카타르가 월드컵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요청이었다.
역사상 첫 ‘겨울·아랍 월드컵’ 휘슬이 20일(현지시간) 카타르에 울려 퍼졌다. 월드컵 개막과 함께 도하 알 비다 파크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에 참여한 축구팬들은 노래에 몸을 맡기면서 술을 마셨다. 술을 금기시하는 아랍의 엄격한 율법이 월드컵에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같이 자유로운 분위기는 교회까지 흘러가지 못했다. 22일 기독교 박해 감시 기구인 오픈도어에 따르면 카타르 기독교 신자들은 여전히 교회에 출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은 시민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억압에 시달리기도 한다. 법적으로 개종을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 국가 카타르의 민낯이다.
카타르의 기독교 박해 정도는 근래 부쩍 늘었다. 오픈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기독교박해지수 상위 50개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독교 박해 지수 27위였던 카타르는 2021년 같은 발표에서 29위로 밀려났다가, 2022년 18위로 치고 올라갔다. 카타르의 기독교박해지수 상승과 관련해 오픈도어는 “이슬람에서 개종한 카타르 기독교인들은 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기독교를 박해하는 국가는 개최국만이 아니다.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 기독교 박해국은 7개국으로 20%가 넘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 중 오픈도어 ‘기독교 박해국’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개최국 카타르를 포함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튀니지, 멕시코, 카메룬이다.
로블레스 ECAQ 회장과 오픈도어는 월드컵 시청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로블레스 회장은 “이번 월드컵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승리를 거두는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며 “전 세계 기독교인들도 우리와 함께 기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픈도어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은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길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