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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퇴비장’ 허용… 인간 존엄성 훼손 우려

사체를 생분해성 물질과 용기에 담아 자연분해 후 퇴비로 활용하는 장례

  • 기사입력 2022.09.30 03:01
  • 기자명 양민경
미국 퇴비장 업체 리콤포즈가 시신 처리를 위해 주검이 담긴 강철 용기에 풀과 나무 등 생분해성 물질을 담았다. 오른쪽 사진은 사체를 퇴비장 시설에 넣은 후 30~45일 지나 흙의 형태로 변한 모습. 리콤포즈 페이스북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만들어 자연에 돌려보내는 ‘퇴비장’을 허용키로 해 논란이 됐다. 친환경 장례 방식이긴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와 신학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체라 해도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퇴비장은 고인의 사체를 나무나 풀 등 생분해성 물질과 함께 강철 용기에 담아 30~45일 동안 자연 분해해 퇴비용 흙으로 만드는 장례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안적 장례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주가 2019년 처음 도입한 이후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에서 시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27년부터 도입한다.

크리스천 장례문화 정착 운동을 펼치고 있는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2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인의 몸은 후손에게 삶의 표지판과 같다. 이를 퇴비로 만들어 사라지게 한다는 것 자체가 후손에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송 대표는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뼛가루를 산과 강 등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도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며 “세월이 흘러 썩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퇴비장은 인간과 동물을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으로, 사자(死者)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퇴비장을) 친환경적 장례 방식이라고 포장하지만, 그 속에 인간과 죽은 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독교영성교육학자로 ‘죽음 교양 수업’을 공저한 이규민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역시 퇴비장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인간과 여타 생물의 차별성은 사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 애도에 있다”며 “죽은 몸이라도 함부로 하지 않는 사체 존중이야말로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연 보호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하나님 형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경에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창 3:19)이란 말씀이 있지만, 이는 인간이 타락 후 안게 된 육체적 한계를 표현한 것이지 퇴비나 흙의 형태로 장례를 지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퇴비장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유경동 감리교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떤 형태의 죽음을 맞아도 성도는 새 몸으로 부활하기에 사체 형태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신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퇴비라는 용어가 거북할 순 있겠지만 퇴비장 방식 자체는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망자를 기리는 공동체적 의식은 퇴비장에 꼭 필요하다고 봤다. 유 교수는 “퇴비장 절차 중 인간의 몸과 생명이 훼손된다는 느낌을 유족에게 줘선 안 된다”며 “고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고려하는 공동체적 의식이 같이 진행된다면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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