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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한바다’가 될 수 있을까

발달장애 자녀를 둔 성도 3명의 이야기

  • 기사입력 2022.08.21 14:38
  • 최종수정 2022.08.21 14:57
  • 기자명 박지훈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종회 시청률은 17.5%(비지상파 유료가구 기준)에 달했다. 방송 화면 캡처



오랫동안 A씨(50·여)는 서울의 한 개척교회에 다녔다. 지금의 남편도 그 교회 청년부에서 처음 만났다. 한때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교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교회학교 교사로 사역했으며 구역장도 맡았었다. 하지만 그는 10년 전쯤 이 교회를 떠났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24) 때문이었다. A씨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다닌 교회는 모든 성도가 서로의 삶을 속속들이 알 만큼 작은 곳이었어요. 그런 성도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우리 아이를 보는 비딱한 시선 탓에 상처를 받을 때가 많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말이나 시선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고 결국 교회를 옮기게 됐어요.”

A씨가 말한 상처로 남은 말이나 시선은 이런 것들이었다. 일부 성도들은 A씨의 아들이 장애를 떠안은 것을 부모의 신앙 부족 탓으로 넘겨짚곤 했다. “기도가 부족하니 그런 일을 당하는 거야” “당신이 저지른 죄 탓에 아들이 장애를 갖게 된 게 아닐까”….

아들은 또래보다 성장이 더딘 탓에 자주 넘어졌고 때론 예배당 바닥에 주저앉아 울 때도 있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성도들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A씨는 “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집안이라는 식의 얘기를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A씨의 이야기가 장애인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전체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장애인을 향한 배려가 얼마간 부족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듯하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지난 18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통해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특히 우영우가 다닌 대형 로펌 ‘한바다’의 동료들은 우영우에게 든든한 뒷배가 돼줬고, 이런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삶이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게 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얼마나 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최근 A씨를 포함해 발달장애 자녀를 둔 성도 3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장애아를 키우면서 교회에서 마주한 고통의 순간들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B씨(31)는 올해 여섯 살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다. 아들은 지난해까지도 말하는 법을 익히지도,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했다. 지금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그는 “1년 전쯤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야무지고 말도 잘하는 애들이 ‘예쁜 짓’도 많이 하고 어른들 사랑도 많이 받는 법이잖아요? 하지만 저희 아이는 그렇지 못하니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어르신 중엔 안 좋은 시선으로 제 아들을 바라보는 분도 많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교회에 가면 너무 눈치가 보였어요.”

B씨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성도들의 비뚤어진 시선이나 칼날 같은 말들만이 아니었다. 그가 출석한 인천의 한 교회는 장애아를 위한 유치부도, 흔히 ‘사랑부’로 명명되는 장애인 부서나 담당 교사도 없었다. B씨는 “교회에 갔을 때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점도 교회 다니는 걸 그만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교회의 문턱이 높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나온 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가운데 크리스천 비율은 5%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개신교인 비율이 17%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한국교회가 장애인 선교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B씨는 “언젠가 교회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공사가 끝난 뒤 가보니 장애인 시설은 새로 갖춰진 게 하나도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심한 언어장애가 있는 여섯 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C씨(51·여)는 A씨나 B씨와 달리 “교회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하는 성도다. 그는 출석 교인이 20명 수준인 인천의 한 작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

C씨는 “성도들이 우리 아이를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그런 격려와 응원을 받을 때마다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약 한 달간 대형교회에 출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에게 많은 성도가 한자리에 모여 뜨겁게 기도하고 찬양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C씨는 “대형교회 성도들일수록 장애인을 섬기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교회 규모가 크니 어쩔 수 없이 예배도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더군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하나님 앞으로 데려갈 인도자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소외되고 아픈 이를 보듬는 교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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